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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들썩 축제 여행

베아트리스 베이용 글・그림 | 강인경 옮김 값 12,000원 | 본문 56쪽 | 대상 3세부터 판형 210×297mm(양장) | 발행일 2019년 9월 30일 ■ 책 소개 숨은 그림을 찾으며 세계 문화를 체험해요! 이번에 우리 가족은 흥겹고 신나는 축제를 찾아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축제를 만날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어깨가 들썩들썩했어요. 12월 31일 미국 뉴욕의 새해 전야제에 참가한 다음 날에는 센트럴 파크로 가서 수많은 사람과 스케이트를 탔어요. 2월, 칠레의 이스터섬에서 열리는 ‘타파티 라파누이’ 축제에서는 신비한 모아이 석상을 구경하고 원주민 전통 춤을 배웠어요. 중국의 춘절, 벨기에의 뱅슈 카니발, 프랑스의 부활절 달걀 찾기, 모로코의 그나우아 음악 축제……. 1월부터 12월까..

2019.09.27

필봉산 추억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초가을에 서너 명의 친구와 함께 해발 848미터의 필봉산(筆峰山)을 처음 올랐다. 자고 일어나면 보이는 산, 소 먹이러 가서 아득히 올려다보는 산, 초등학교 교가에도 나오는 산이었다. 이름처럼 산의 생김새가 붓끝을 닮았다. 우리는 라면과 냄비도 챙겼다. 우리 동네에서 필봉산을 가려면 먼저 그 옆에 있는 강구산을 타야 한다. 도치바우(도끼바위)에 이르기 전 비탈진 산에 거대한 몸을 박은 바위가 나타났고, 그 바위 한쪽에 파인 고랑으로 맑은 물이 찰찰 흘러내리는데, 가재가 마른 바위 위에 나와 가을 햇볕을 쬐며 얼쩡거리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강구산 중턱에 이르자 샘이 나왔다. 그토록 경사가 급한 곳에도 무릎을 꿇고 소처럼 입을 대어 물을 마실 수 있는 샘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거..

창작/잡글 2019.09.25

다음날, 다음 날, 그다음 날, 이다음 날

【다음날】 정하여지지 아니한 미래의 어떤 날. 오늘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날 가운데 어떤 날을 가리킬 때만 쓴다. “다음날 만나면 차 한잔해요.”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하일(何日), 어느 하루를 말한다. 【다음∨날】 기준이 되는 날 다음에 오는 날. ‘다음날’이라고 붙여쓰기하는 말이 있어 헷갈리기 쉽다. 우리는 이 말을 가장 많이 쓴다. “도적들이 대신의 집에 물건을 훔치러 들어가 열한 시간 동안 뒤지며 겁도 없이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다음 날 도적들의 소굴로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가 돌을 던지니, 곧 쥐도 빠져나올 수 없는 태산이 하나 생겼다. 오늘 다음 날 내일을 모르는 자들의 무덤이었다.” 띄어쓰기해야 한다. 【그다음∨날】 그것에 이어 오는 날. ‘그다음’이라는..

편집 2019.09.24

받침 없는 용언 어간에 붙는 어미

【고다】 고기나 뼈 따위를 무르거나 진액이 빠지도록 끓는 물에 푹 삶다. ※ 규칙 활용 고 + 아・어 = 고아 -> 고았다 / 고아 먹다 고 + 고 = 고고 -> 고고 있다 / 고으고 있다 (×), 고우고 있다 (×) 고 + 기 = 고기 (명사형) -> 푹 고기 / 푹 고으기 (×) 고 + 니 = 고니 -> 엿을 고니 -> 고았더니 (과거형) 고 + ㄴ다 = 곤다 (현재형) / 고은다 (×), 고운다 (×) 고 + ㄹ = 골 -> 사골을 골 때 / 고을 때 (×), 고울 때 (×) 고 + 면 = 고면 -> 푹 고면 / 푹 고우면(×), 푹 고으면(×) 【푸다】 속에 들어 있는 액체, 가루, 낟알 따위를 떠내다. ※ 우 불규칙 활용 (어 앞에서 우 탈락) 푸 + 아・어 = 퍼 -> 펐다 (과거형) / 퍼먹..

편집 2019.09.24

초피나무 암수한꽃

생각이 나서 다시 올려본다. 올해 5월 초 고향 산청에 갔을 때 찍은 것이다. 촌사람들이 제피라고 하는 초피를 어릴 적부터 더러 봤지만 꽃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수목도감을 보면 초피는 암수딴그루로 되어 있다. 암나무와 수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을 각자 피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보는 잘못되었다. 초피나무꽃을 살펴보니 그 꽃이 암수한꽃이 아닌가. 분명 암술이 수술 한가운데 있다. 짧은 암술대도 보인다. 초피나무 또한 산초나무처럼 암나무, 수나무, 암수한꽃을 피우는 암수한그루가 있다. 올가을 산청에 가면 초피나무 열매를 볼 수 있을까. 나무에서 가장 값어치가 있는 것이 열매껍질이다. 나무 그 자체를 단술을 골 때 넣기도 하고 여린 잎을 개떡에 넣어 먹기도 하지만, 김치나 초고추장 등에는 이 열매껍질을 빻아 ..

자연/나무 2019.09.24

까막딱따구리

천연기념물 242호. 귀한 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새 사진을 전문으로 찍으려면 화소가 높은 카메라와 좋은 망원렌즈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저 식물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가 운 좋게 새가 가까이 있을 때 찍어보는 정도다. 새와 식물은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 특히 나무와 새는 공생 관계라 할 수 있다. 새는 나무에 해로운 벌레를 잡아먹는다. 나무는 새에게 열매를 내어준다. 그 열매를 먹은 새는 소화하지 못한 씨앗을 다른 곳에 가서 똥과 함께 땅에 배설한다. 나무는 그렇게 새의 도움으로 후손을 퍼뜨린다.

자연/새 2019.09.23

포천 고모리 저수지

포천 고모리 저수지. 김종삼 시비를 보고, 나무판에 새겨놓은 그의 시를 몇 편 읽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돈 뒤 집에 돌아왔다. 개나리의 불시개화(不時開花). 꽃이 필 때가 아닌데 꽃이 피는 현상이다. 저수지 가에 심어놓은 개나리 가운데 몇 그루가 꽃을 피웠다. 불시개화는 잎이나 열매에 작용해야 할 성장호르몬이 꽃눈에 작용해 일어난다. 이렇게 꽃을 피운 나무는 내년 봄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 재미있는 버섯도 보았다. 생긴 모양이 쿠키 같았다. 독버섯인가 했더니 먹을 수 있는 버섯이란다. 검은비늘버섯.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알았다. 식용 버섯을 잘 익혀두면 좋은데... 몇 번 사진을 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어린 시절, 동네 형들이 산에서 딴 버섯을 호박잎에 싸서 숯불에 구울 때 곁에서 지켜보다..

여행 2019.09.23

또한과 역시

‘역시(亦是)’가 일본식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얏파리(역시).” “얏파리 소오카(역시 그런가).” 일본인은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역시’를 피하고 ‘또한’으로 바꾸어 쓰게 된다. 나 또한 어린이책에서 ‘역시’라는 말을 피한다. 옛날에 그것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글을 보았다. 어떤 편집자는 어린이책에서 한자어보다 순우리말을 쓰는 게 좋다고 여겨 이 단어를 피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역시’를 피할 수는 없다. 한자어도 우리의 언어다. 초등 고학년이 읽을 책에는 ‘역시’를 사용해도 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점차 여러 단어와 표현에 익숙해져야 한다. 순우리말만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더군다나 ‘역시’는 일본어를 그대로 갖다 쓴 게 아니다. ‘이 또한’, ‘또한’, ‘~도’라는 뜻의..

편집 2019.09.22

못 찾겠다 꾀꼬리

翩翩黃鳥 (편편황조) 雌雄相依 (자웅상의) 念我之獨 (염아지독) 誰其與歸 (수기여귀)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의지하네. 외로운 나를 생각하노니 그 뉘와 함께 돌아갈까. 너무나 잘 알려진 다. 고구려 유리왕이 지었다고 전한다. 시의 배경이 되는 화희(禾姬), 치희(稚姬), 유리왕의 치정에 관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내 의문은 과연 유리왕이 한 쌍의 꾀꼬리가 다정히 노는 것을 보았을까다. 꾀꼬리는 여름 철새로, 성질이 매우 민감하다. "호이호 호이휘호." 꾀꼬리 울음소리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지만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자신이 사람의 눈에 띈다 싶으면 냅다 도망가버린다. 옛사람들의 시가에 꾀꼬리가 많이 등장한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그려 놓았다. 옛날에는 꾀꼬리가 사람을 겁내지 않았을 ..

자연/새 2019.09.21

고난의 행군

2014년 8월이었다. 중1, 중3 두 아들과 마누라, 나, 그리고 마누라 친구 2명과 그 친구의 따님 1명. 이렇게 일행을 지어 1박 2일로 지리산 종주에 나섰다. 대피소는 겨우 연하천(벽소령일 수도 있다)을 예약할 수 있었다. 남자랍시고 냉동 오리고기 등 무게가 좀 나가는 것들을 내 배낭에 가득 넣었다. 거기다가 코스를 반대로 잡았다. 산청 중산리로 들어가 구례 성삼재로 빠져나오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수월하게 등산하려면 성삼재에서 천왕봉 갔다가 중산리로 내려오는 코스로 잡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 비교적 완만한 코스를 가면서 배낭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그때는 다들 산행 경험이 없었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경사가 심한 코스로 오르려니 죽을 맛이었다. 천왕봉에 거의 도착해서는 비가 한바탕 쏟아졌다. ..

등산 201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