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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가시덩굴

나무입문 2020. 2. 22. 14:21

#청가시덩굴

학명 : Smilax sieboldii Miq.
분류 : 청미래덩굴과 청미래덩굴속
형태 : 낙엽 활엽 덩굴나무
암수 : 암수딴그루
개화 : 5월 중순
결실 : 9~10월

숲은 고요하다. 평화롭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전쟁터다. 나무들이 서로 살기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인다. 수많은 경쟁자 틈에서는 잎에 떨어지는 한 조각의 햇살, 뿌리를 뻗을 한 뼘의 땅도 절실하다. 큰키나무는 높이 자라 광합성에 유리하다. 그렇다고 키 작은 나무나 바닥을 기는 덩굴나무가 죽으라는 법은 없다. 키 작은 나무는 밑동에서 줄기처럼 보이는 가지를 많이 내어 세력을 키움으로써 큰키나무가 놓친 자투리 햇살을 거둔다. 덩굴나무는 작은 나무 큰 나무 가리지 않고 기어올라 그 나무에 떨어지는 햇빛을 가로챈다.

식물은 저마다 타감물질(他感物質)을 내놓는다. 이것은 다른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게 한다. 식물이 화학물질을 분비해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미생물과 병균을 막는 것을 타감작용 또는 알렐로파시라 하는데, 소나무는 갈로탄닌과 모노테르펜, 참나무는 타닌, 아까시나무는 카테킨과 로비네틴 등을 내놓는다. 나무가 발산하는 피톤치드도 타감물질에 속한다. 그런 가운데 한목숨 부지해야 하니, 만약 청가시덩굴이 숲이나 산에서 거치적거리더라도 이해해주자.

청가시덩굴은 청미래덩굴속에 드는 낙엽 활엽 덩굴나무다. 국내에 자생하는 청미래덩굴 집안의 나무는 이 청가시덩굴을 비롯해 민청가시덩굴, 청미래덩굴, 밀나물, 선밀나물 6종이 있다. 민청가시덩굴은 줄기에 가시가 없을 뿐 청가시덩굴과 같고, 청미래덩굴은 망개나무, 명감나무 등으로도 불리는 덩굴나무이고, 밀나물과 선밀나물은 민청가시덩굴을 닮은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들은 모두 산야에 흔하고 어린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청가시덩굴 이름은 덩굴줄기가 사철 푸르고 줄기에 가시가 있는 데서 유래했다. 하마터면 이 나무의 학명에도 ‘일본의’라는 뜻의 종소명 야포니카(japonica)가 붙을 뻔했다. 앞서 ‘쪽동백나무’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그 지볼트의 ≪일본 식물지≫에 수록된 식물이기 때문이다. 지볼트와 그의 동료 주카리니가 죽은 뒤 일본 식물지를 뒤이어 완성한, 네덜란드 국립식물표본실의 책임자이자 식물학자인 프리드리히 안톤 빌헬름 미쿠엘(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이 학명을 붙였다. 그 대신 시에볼디(sieboldii)라는 종소명을 써 지볼트를 기념했다(하지만 미쿠엘이 붙인 선밀나물의 학명에는 같은 뜻의 니포니카nipponica가 들어갔다).

청미래덩굴속 식물을 뜻하는 청가시덩굴의 속명 스밀락스(Smilax)는 ‘휘감음’을 뜻하는 그리스어 스밀라코스(smilakos)와 그 뜻을 지닌 그리스 신화 속 님프 이름에서 유래했다. 청년 크로코스(Krokos)는 아름다운 요정 스밀락스에게 한눈에 반했으나, 스밀락스는 인간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크로코스는 짝사랑으로 속앓이하다가 죽고 말았다. 이를 지켜본 신들은 크로코스를 사프란꽃으로 다시 태어나게 했고, 스밀락스는 청미래덩굴로 변신시켜버렸다.

청가시덩굴이나 청미래덩굴은 잎자루 부근에 턱잎이 변한 한 쌍의 덩굴손이 있다. 이 덩굴손으로 다른 식물, 자신의 줄기 등 감을 수 있는 것은 죄다 감아 지면에서 몸을 띄우고 지탱한다. 칡, 등나무, 나팔꽃 등 줄기로 다른 식물이나 지지대를 뱀처럼 감아 오르는 식물은 그 감는 방향이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방향으로 일정하지만, 덩굴손은 한 방향으로 회전하다가 도중에 반대 방향으로 회전해 지지물을 감는다. 이렇게 하면 바람 등의 외부 힘에 덩굴줄기가 덜 흔들리게 된다. 덩굴손을 쓰는 것에도 지혜가 있다.

이 덩굴손은 메기의 수염처럼 생겼다. 그래서 청가시덩굴의 한자 이름과 생약명은 점어수(鮎魚鬚)다. 鮎魚가 메기이고, 鬚가 수염이다. 참고로 청미래덩굴의 한자 이름은 발계(菝葜)이고 청가시덩굴의 중국어 이름은 화동발계(华东菝葜, 華東菝葜)인데, 화동은 중국 지역명이다.

암수딴그루인 청가시덩굴은 5월 중순~6월에 우산꽃차례로 황록색의 꽃을 피운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덮개(화피)로서 꽃술을 보호하고 곤충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꽃잎과 꽃받침이 따로 없다. 꽃덮개가 꽃술을 감싸고 있다가 6조각으로 갈라지며 꽃망울을 터트리는 것이다. 수나무의 수꽃은 수술이 6개, 암나무의 암꽃은 암술 1개와 아주 작게 퇴화한 수술 6개가 있다.

열매는 액즙이 많은 물열매(장과)로, 그 크기가 굵은 콩알만 하며, 9~10월에 녹색을 띤 검은색이나 검은색으로 익는다. 쓴맛과 달짝지근한 맛이 함께 나는 과육 속에 녹두알만 하거나 그보다 작은, 붉고 동그란 씨앗이 1개 들었다.

잎은 길쭉한 심장형이고, 끝이 점차긴뾰족끝(점첨두) 또는 뾰족끝(예두)이고, 밑이 심장형밑(심장저)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고, 잎 앞뒷면에 털이 없고, 잎 앞면에 광택이 나고, 주맥이 잎자루 끝에서 손바닥 모양으로 5개 뻗는 장상맥이다. 잎이 지고 없는 겨울에도 녹색인 줄기와 가지에는 긴 능선과 곧은 가시가 있다.

뿌리는 탕약으로 복용하면 혈액 순환을 좋게 하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에 피부 부스럼에 뿌리를 찧어 발라 효과를 보기도 했다.

수나무 수꽃
암나무 암꽃
청가시덩굴
열매
마른 열매
씨앗
줄기의 능선
중간에 회전 방향을 반대로 바꾸는 덩굴손
사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