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7

신역 유두류록

#김종직 #유두류록 #지리산유람기 "푸른 다슬기가 점점이 이어지고 가로지르며 우뚝 선 것들은 남해 거제의 군도일 터...". 참 멋진 문장이다. 멀리 보이는 남해 바다의 섬들을 푸른 다슬기라 했다. 이런 멋진 표현은 "마름으로 덮인 내[川]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가 하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큰 봉우리들 사이의 운무를 내(시내)라 했고, 운무에 머리를 드러낸 작은 봉우들을 시내, 연못 등에서 볼 수 있는 수생 식물 마름이라 했다. ~・~・~・~・~・~・~・~・~・~・~ 유두류록(遊頭流錄) _ 점필재 김종직 [일러두기] 옛 한문은 ‘…한데’, ‘…하니’라고 옮길 수밖에 없는 게 많이 나옵니다. 그런 글이 잇따를 때는 하나의 문장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또 글이 잘 읽히도록 약간 다듬었음을 밝혀 둡니..

등산 2020.06.15

순의철손

사순의철손자 소불인야(使鶉衣啜飧者 所不忍也) -가난한 백성에게 차마 못할 짓이다 증봉(甑峯)을 지나 습지 평원에 이르렀을 때 길을 마주한 단풍나무가 있었는데, 문틀 모양으로 굽었기에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고개를 숙이거나 등을 구부리지 않았다. (歷甑峯 抵沮洳原 有楓樹當徑 屈曲狀棖闑由 之出者 皆不俛僂。역증봉 저저여원 유풍수당경 굴곡상정얼유 지출자 개불부루.) 평원은 산등성이에 있는데도 5, 6리쯤 편평하게 트여 수풀이 우거졌고 샘물이 휘돌아 흘러가 농사지어 먹고살 만했다. (原在山之脊也而 夷曠可五六里 林藪蕃茂 水泉縈廻 可以 耕而食也。원재산지척야이 이광가오륙리 임수번무 수천영회 가이 경이식야.) 계류 위쪽에 몇 칸 되는 초막이 보였는데, 섶나무 울타리를 둘렀고 흙구들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병영에서 매를 ..

등산 2019.10.11

오민내하

소년대 | 사진: 류정자(c) 오민내하(吾民奈何) -우리 백성들은 어찌하겠습니까? 봉우리 곁에 있는 소년대(少年臺)는 푸른 절벽이 만 길이다. 이른바 ‘소년’이란 아마 (신라 화랑) 영랑(永郞)의 무리일 것이다. 돌 모서리를 안고 아래를 살펴보았더니 추락할 것만 같았다. 따르는 자들에게 한옆으로 다가가지 말라고 일렀다. (少年臺 在峯側 蒼壁萬尋。所謂少年 豈永郞之徒歟。余抱石角 下窺 若將墜也。戒從者 勿近傍側。소년대 재봉측 창벽만심. 소위소년 기영랑지도여. 여포석각 하규 약장추야. 계종자 물근방측.) 그때 구름과 안개가 흩어져 사라지고 햇살이 내리비치자 산 동서 계곡이 확 트였다. 그곳을 바라보니 잡목은 없고 모두 구상나무, 전나무, 소나무, 녹나무였는데, 말라 죽어 뼈만 남아 서 있는 나무가 삼분의 일을 차..

등산 2019.10.11

요곽소삼 불사구일

조선 초기 성리학자이자 영남학파의 시조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은 경남 밀양 출신이다. 그렇기에 그는 지리산을 고향의 산으로 여겼다. 김종직이 함양 군수로 지내던 성종 2년(1471) 추석에 조태허, 유극기, 한태원, 해공, 법종, 옥곤, 용산 등 친구, 승려, 구실아치(벼슬아치 밑에서 일을 보던 사람)와 함께 지리산을 올랐다. 천왕봉까지 다녀온 뒤 기행문 을 남겼다. 다음은 그 글의 한 토막이다. (지리산) 유람에 나선 지 겨우 닷새 만에 생각 정신 외모가 매우 넓어지고 쓸쓸해진 것을 갑자기 깨달았으니, 처자와 구실아치들이 나를 볼 때도 지난날과 같지 않으리라. 出遊纔五日 而頓覺胷次神觀 寥廓蕭森, 雖妻孥吏胥視我 亦不似舊日矣。( 출유재오일 이돈각흉차신관 요곽소삼, 수처노이서시아 역불사구일의。) 흉..

등산 2019.10.08

고난의 행군

2014년 8월이었다. 중1, 중3 두 아들과 마누라, 나, 그리고 마누라 친구 2명과 그 친구의 따님 1명. 이렇게 일행을 지어 1박 2일로 지리산 종주에 나섰다. 대피소는 겨우 연하천(벽소령일 수도 있다)을 예약할 수 있었다. 남자랍시고 냉동 오리고기 등 무게가 좀 나가는 것들을 내 배낭에 가득 넣었다. 거기다가 코스를 반대로 잡았다. 산청 중산리로 들어가 구례 성삼재로 빠져나오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수월하게 등산하려면 성삼재에서 천왕봉 갔다가 중산리로 내려오는 코스로 잡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 비교적 완만한 코스를 가면서 배낭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그때는 다들 산행 경험이 없었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경사가 심한 코스로 오르려니 죽을 맛이었다. 천왕봉에 거의 도착해서는 비가 한바탕 쏟아졌다. ..

등산 201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