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9

곰작, 꼼짝, 굼적, 꿈쩍

#곰작 #꼼짝 #굼적 #꿈쩍 눈 하나 꿈쩍 않다. 눈도 꿈쩍 않다. 눈 하나 꿈쩍하지 않다. 눈도 꿈쩍하지 않다. 눈 하나 꿈쩍없다. 눈도 꿈쩍없다. 어느 것을 골라 쓸까? “꼼짝 마.” “꼼짝 안 한다.” “꼼짝 못 한다.” 이럴 때 쓰는 꼼짝이라는 부사. 국어사전에서 뜻을 찾아보면 “몸을 둔하고 느리게 조금 움직이는 모양”이다. 이에 근거해 “꼼짝 마.”의 뜻을 풀이하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마라.’는 것이다. “눈 하나 꿈쩍 않다.” 얼핏 틀린 표현 같지만, 맞다. “눈 하나도 꿈쩍 않다.” 이것도 맞다. 그 많은 신체 부위 가운데 저절로 깜박이는 눈이 둔하고 느리게라도 움직이지 않을 만큼 요지부동하거나 담대하다는 것이다. * 곰작, 꼼짝, 굼적, 꿈쩍 : 몸을 둔하고 느리게..

편집 2019.11.15

가장, 최고

#가장 "가장 ~한 것들 중 하나다." 영어 직역의 문장, 또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올리버바다뱀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들 중 하나예요." (영어 번역가분들 제발 이렇게 번역한 원고 주지 마세요.)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틀린 문장이다. 우리말에서 가장은 최고와 같은 뜻으로 단 하나의 무엇을 가리킨다. "올리버바다뱀은 세계를 통틀어 매우 위험하다고 손꼽히는 동물들 가운데 하나예요." 이러면 될까?

편집 2019.11.13

다음날, 다음 날, 그다음 날, 이다음 날

【다음날】 정하여지지 아니한 미래의 어떤 날. 오늘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날 가운데 어떤 날을 가리킬 때만 쓴다. “다음날 만나면 차 한잔해요.”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하일(何日), 어느 하루를 말한다. 【다음∨날】 기준이 되는 날 다음에 오는 날. ‘다음날’이라고 붙여쓰기하는 말이 있어 헷갈리기 쉽다. 우리는 이 말을 가장 많이 쓴다. “도적들이 대신의 집에 물건을 훔치러 들어가 열한 시간 동안 뒤지며 겁도 없이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다음 날 도적들의 소굴로 백성들이 구름처럼 몰려가 돌을 던지니, 곧 쥐도 빠져나올 수 없는 태산이 하나 생겼다. 오늘 다음 날 내일을 모르는 자들의 무덤이었다.” 띄어쓰기해야 한다. 【그다음∨날】 그것에 이어 오는 날. ‘그다음’이라는..

편집 2019.09.24

받침 없는 용언 어간에 붙는 어미

【고다】 고기나 뼈 따위를 무르거나 진액이 빠지도록 끓는 물에 푹 삶다. ※ 규칙 활용 고 + 아・어 = 고아 -> 고았다 / 고아 먹다 고 + 고 = 고고 -> 고고 있다 / 고으고 있다 (×), 고우고 있다 (×) 고 + 기 = 고기 (명사형) -> 푹 고기 / 푹 고으기 (×) 고 + 니 = 고니 -> 엿을 고니 -> 고았더니 (과거형) 고 + ㄴ다 = 곤다 (현재형) / 고은다 (×), 고운다 (×) 고 + ㄹ = 골 -> 사골을 골 때 / 고을 때 (×), 고울 때 (×) 고 + 면 = 고면 -> 푹 고면 / 푹 고우면(×), 푹 고으면(×) 【푸다】 속에 들어 있는 액체, 가루, 낟알 따위를 떠내다. ※ 우 불규칙 활용 (어 앞에서 우 탈락) 푸 + 아・어 = 퍼 -> 펐다 (과거형) / 퍼먹..

편집 2019.09.24

또한과 역시

‘역시(亦是)’가 일본식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얏파리(역시).” “얏파리 소오카(역시 그런가).” 일본인은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역시’를 피하고 ‘또한’으로 바꾸어 쓰게 된다. 나 또한 어린이책에서 ‘역시’라는 말을 피한다. 옛날에 그것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글을 보았다. 어떤 편집자는 어린이책에서 한자어보다 순우리말을 쓰는 게 좋다고 여겨 이 단어를 피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역시’를 피할 수는 없다. 한자어도 우리의 언어다. 초등 고학년이 읽을 책에는 ‘역시’를 사용해도 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점차 여러 단어와 표현에 익숙해져야 한다. 순우리말만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더군다나 ‘역시’는 일본어를 그대로 갖다 쓴 게 아니다. ‘이 또한’, ‘또한’, ‘~도’라는 뜻의..

편집 2019.09.22

채소와 야채

야채가 일본에서 온 말인지 아닌지 종지부를 찍자. 단어 자체는 일본에서 오지 않았다. 야채(野菜)는 야생(野는 편평하고 넓은 땅을 가리키는 들이 아님) 나물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밭에 재배하는 나물까지 아우르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의미가 변질되었을 수 있다. 야채의 뜻을 일본 에서 찾아보면 '식용하는 식물의 총칭'이다. 따라서 야채란 말은 신중하게 써야 한다. 채소와 소채는 밭에서 기른 나물을 뜻하는 말로, 두 가지 다 쓰여왔다. 【조선(고려)어】 야채(野菜) = 야생 나물 채소(菜蔬) = 밭에서 키운 나물 = 소채(蔬菜) 푸새 = 푸

편집 2019.09.19

덕, 덕분의 쓰임새

‘덕’, ‘덕분’을 잘못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여기서 덕은 한자 德으로 德分과 같다. ‘남에게 입은 은혜, 도움’을 말한다. 외부의 힘이 나 또는 어떤 대상에 작용하지 않았을 때는 쓸 수 없는 말이다. ‘덕분에 잘 먹었어.’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이럴 때 쓰인다. ‘그녀는 맑은 피부를 지닌 덕분에 미인으로 꼽힌다.’ ‘아침에 일찍 집을 나온 덕분에 지옥철은 피할 수 있었다.’ ‘친구 집을 방문한 덕에 뜻밖에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이런 표현은 우스꽝스럽다. ‘맑은 날씨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라고 하면 어떨까? 어쨌든 맑은 날씨의 은혜를 입었으니 틀리지 않았다. 이 표현이 꺼림칙하다면 ‘날씨가 맑아 기분이 좋아졌다.’와 같은 문장으로 바꿔 쓰면 된다. 덕분, 이 말은 어린이책에 특히 많이 쓰인..

편집 2019.09.05

며칠과 몇 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라고 다 믿어서는 안 된다. 출간을 앞두고 표준국어대사전에 화백(Chamaecyparis pisifera)의 한자가 和白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는 신라의 회의 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를 빨리 花柏으로 고칠 것을 투서했다. 독자가 책에 쓰인 花柏을 오기로 보고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되기에 말이다. 중국에서도 화백은 일본화백(日本花柏)으로 표기한다. 오랫동안 고치지 않더니 오늘 보니 고쳐져 있다. 또 웃기는 것은 "※ ‘몇 일’로 적는 경우는 없다. 항상 ‘며칠’로 적는다."고 규정한 것이다. 몇 년, 몇 월, 몇 일 하지 않고 몇 년, 몇 월, 며칠로 한단다. ‘몇 일’로 적으면 표준어 '며칠'을 나타낼 수 없다고(무슨 소리야?). 또 몇 일은 며딜로 발음하지 않고 며칠로 발..

편집 2019.08.29

적과의 동침

문장을 잘 다룬다고 자신하는 사람들 가운데 적(的) 알레르기를 가진 이가 있다. 우리말 공부를 꽤 했을 것이다. 한문에서 온 이 적을 남발해서는 안 되겠지만 너무 까탈스럽게 피하거나 고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마구 고치려 드는 사람은 대개 편집증이 있는 편집자다. 한문의 허사에서 的은 ‘~의’, ‘~한’, ‘~스런’을 뜻한다. 기미독립선언서는 국한문을 섞어 썼다. 여기에는 한글 ‘~의’와 한문 ‘~的’이 함께 있다. 民族的良心(민족적 양심), 苦恥的財產(고치적 재산)…. 민족적 양심은 민족의 양심이다. 고치적 재산은 고치한 재산, 즉 괴롭고 부끄러운 재산이다. 요즘 우리가 쓰는 ~적에도 이것이 살아 있다. 이런 표현이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논의는 불필요하다. 한글만이 우리의 언어가 아니다. 이런..

편집 2019.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