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는 혀가 없다. 아니, 있기는 하다. 입 밑과 이어진 혀밑띠 앞쪽이 없다. 그처럼 몽땅한 혀로는 말하지 못한다. 음식의 맛도 남들보다 훨씬 적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아버지가 뼈만 남은 앙상한 몸으로 담요에 덮여 침대에 누웠다가 턱을 끌어당겼다. 모두 가까이 오라는 신호였다. 어머니와 누나, 나는 이미 침대 모서리와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아버지 곁에 있었다. 우리는 볼이 홀쭉한 아버지 얼굴 앞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버지에게 올 것이 왔다. 헐떡거리던 숨소리마저 가늘어지고 눈빛이 흐려졌다. 아버지는 금붕어처럼 몇 번 입을 움지럭거리더니 놀랍게도 말을 했다. “이, 아, 하, 야.” “아, 야, 하, 야.” 그렇다. 그것은 내가 난생처음 듣는 아버지의 말이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