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마비키(間引き), 일본의 영아 살해 풍습

나무입문 2021. 3. 22. 11:13

우타가와 구니아키(歌川 国明), <아이 반환의 훈계(子返しの戒め)>

일본은 불교와 유교의 말씀으로 국가를 이룬 적이 없었기에 그 가르침이 인민에게 거의 미치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인의 가슴에 자비와 인륜이 자리 잡을 기회가 없었다. 그들에게는 칼로 서로를 죽이고 남을 노략질하는 악행이 그다지 문제가 될 게 없었던 모양이다.

일본말에 마비키(間引き), 고가에시(子返し), 스테고(·児)라는 것이 있다. 마비키는 '솎아내다'는 뜻이다. 원래 촘촘하게 난 농작물의 일부를 뽑아 그 농작물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을 말한다. 그것이 '자녀 수 조절'의 뜻으로 에도 시대부터 쓰였다. 자녀 수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낙태도 있었지만, 태어난 아기를 바로 죽여버린다. 옛 일본에 1남 1녀의 가정이 많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가에시(子返し)라는 말도 마비키와 같은 뜻이다. 문자 그대로의 뜻은 '아이 반환'이다. 하늘이 부모에게 내린 아이를 하늘에 돌려보낸다는 것이 고가에시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그런 악행을 저지르면서 어찌 아이는 하늘이 부모에게 내렸다고 여길 수 있었을까. 차라리 짐승이 낫다. 짐승은 자기 자식을 죽이지 않는다.

스테고(·児)는 '버려진 아이'다. 애를 낳아 키우기 힘드니까 집 밖에 버리거나 돈을 받고 팔았다. 그 아이는 거지, 종, 창녀가 되었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한술 더 떠 인구를 조절하는 한 방편이었다고 망언까지 하는 자도 있다. 왜 함께 사는 다른 방법이 없었겠는가. 인명을 천시하는 풍조가 사회에 만연한 가운데 단지 성의 쾌락으로 태어난 아이가 자신이 살아가는 데 힘들게 하기에 죽인 것이다. 이 마비키는 현대에 들어서도 버젓이 자행되었다.

조선에서는 흉년이 들어 온 식구가 풀뿌리로 연명하다 함께 굶어 죽을지언정 인륜을 저버리지 않았다.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개념인 효보다 더 중한 것이 '내리사랑'이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은 자식의 부모 사랑이 부모의 자식 사랑을 못 따라간다는 것을 말한다.

우타가와 구니아키(歌川国明)의 <아이 반환의 훈계(子返しの戒め)>는 영아를 살해하면 지옥에 떨어져 똑같이 아이들에게 살해의 고통을 당한다는 에도 시대 계도 그림이다. 모작이 많이 만들어져 유통되었고, 영아를 살해한 부모가 그 죄를 씻으려 절에 보시한 것으로 보인다. 죄를 짓고 자위하는 '하나님이 내 죄를 사함'과 같다.

군마현( 群馬県) 오타시(太田市) 쇼렌사(青蓮寺)의 마비키 그림. 키우다가 못 키우겠으니 죽이는 것인가! 이 그림에는 목욕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