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참나무와 피나무는 부름켜(형성층)가 다치지 않게 껍질을 잘 벗기면 몇 년 뒤에 새로 자라난 껍질이 목질부를 감싼다. 황벽나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 땅에 황벽나무가 귀한 것은 마구 껍질을 벗겨 먹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황벽나무를 보는 족족 껍질을 벗겨 그 속껍질로 환약을 만든다고 한다. 집에 상비약으로 두고 온 식구가 속이 안 좋거나 배가 아플 때 먹는단다. 이제 그런 짓은 그만하면 좋겠다. 나무를 소개하면서 죄책감이 든다. 어설픈 지식으로 나무껍질의 약성이나 쓰임새를 사람들에게 전하면 결국 그 나무가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나는 나무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옆에서 거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보를 빼먹을 수 없지 않나.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약초꾼이라면 이미 그쯤의 지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