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잡글

나도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나무입문 2019. 8. 29. 11:40

농사일 혀 빠지게 일해도 
돈에 쪼들려 앞이 캄캄하고 
아버지가 속을 썩일 때 
어머니는 "콱 죽었으면 좋겠다!"

장에서 막걸리 한잔 걸치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 
마루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며 
"아버지는 오십에 죽었는데 
나도 곧 죽어야 할 기야."

나는 "할아버지가 오십, 
아버지가 육십이었으니 
다음 차례는 칠십이군."

추운 겨울 강 썰매를 타다 
얼음 깨진 물에 옷이 다 젖어 
제 어머니에게 혼난 뒤 
제 아버지 혁대를 기둥 대못에 걸어
목을 맨 아이를 생각하노니,

아이들도 삶이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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