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고모리 저수지.
김종삼 시비를 보고, 나무판에 새겨놓은 그의 시를 몇 편 읽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돈 뒤 집에 돌아왔다.
개나리의 불시개화(不時開花). 꽃이 필 때가 아닌데 꽃이 피는 현상이다. 저수지 가에 심어놓은 개나리 가운데 몇 그루가 꽃을 피웠다. 불시개화는 잎이나 열매에 작용해야 할 성장호르몬이 꽃눈에 작용해 일어난다. 이렇게 꽃을 피운 나무는 내년 봄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
재미있는 버섯도 보았다. 생긴 모양이 쿠키 같았다. 독버섯인가 했더니 먹을 수 있는 버섯이란다. 검은비늘버섯. 집에 돌아와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알았다.
식용 버섯을 잘 익혀두면 좋은데... 몇 번 사진을 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어린 시절, 동네 형들이 산에서 딴 버섯을 호박잎에 싸서 숯불에 구울 때 곁에서 지켜보다가 한 점 얻어 먹었다. 소금에 살짝 찍어 먹는다. 형들이 “야, 고기 맛이다, 고기 맛이야!” 하고 감탄을 연발하는데, 고기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는 나는 ‘고기 맛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