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와 머루의 가장 큰 차이는 열매 크기다. 포도는 크고 머루는 작다. 인간 손에 개량되기 전의 야생 포도도 머루보다 컸다. 또 다른 차이라면 포도나무는 암수한꽃을 피우는 암수한그루이고 머루는 암수가 따로 있는 암수딴그루라는 것이다. 포도나무는 오랜 세월 과수로 재배되면서 암꽃을 피우는 암나무만이 살아남았다. 원래 포도나무에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었지만, 인간에게 꽃만 피우고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는 필요 없었다. 포도나무 번식은 굳이 파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꺾꽂이나 휘묻이로 하면 그만이다. 포도나무는 인간이라는 생물에게 자주권을 침해당했다. 스스로 번식할 기회를 인간이 박탈했다. 포도나무 암나무는 오랫동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생각했다. 다른 생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기 힘으로 후대를 이어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