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 Picrasma quassioides (D.Don) Benn.
분류 : 소태나뭇과 소태나무속
형태 : 낙엽 활엽 작은큰키나무
암수 : 암수딴그루
개화 : 5월 중순
결실 : 8월 하순~9월 중순
소태를 씹은 것처럼 입이 쓰다, 소태를 씹은 듯 얼굴을 찡그리다, 소태 먹은 얼굴이다…. 이런 표현을 문학 작품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소태가 바로 소태나무다. 소태나무는 키가 10여 미터까지 자라는 낙엽 활엽 작은큰키나무로, 콰신(quassin)이라는 성분을 지녀 온 나무에서 쓴맛이 난다. 잎을 하나 따 입에 넣고 씹어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쓴맛이 한꺼번에 묵직하게 몰려오는데, 그 쓴맛은 침을 뱉어 가시려 해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얼마나 쓰기에 쓴맛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옛날에는 손가락을 빠는 아이의 버릇을 고칠 때나 젖을 뗄 아이가 젖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 소태나무에서 낸 즙을 손가락이나 젖꼭지에 발라두기도 했다. 아이가 손가락이나 젖꼭지를 빨다가 지독히 쓴맛에 몇 번 놀라고 나면 다시는 입을 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태나무는 그 맛이 쓰기 때문에 한자 쓸 고(苦) 자를 써서 苦木(고목), 苦樹(고수), 苦樺(고화) 등으로 표기해왔다. 학명의 속명 피크라스마(Picrasma)도 쓴맛을 뜻하는 그리스어 피크라스모스(pikrasmos)의 라틴어식 표기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는 苦树(苦樹), 일본에서는 苦木(니가키)라 적는다. 소태나무로 잘못 알려진 苦楝(고련) 또는 苦楝樹(고련수)는 멀구슬나무로, 소태나무와 잎이 비슷하고 콰신을 지녀 똑같이 쓴맛이 난다.
정말 궁금한 것은 소태나무라고 하는 한글 이름의 유래다. 소의 태(胎)처럼 쓴맛이 나 소태나무라고 했다는 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문제는 소의 태반이나 탯줄이 그저 물컹하고 질기기만 할 뿐 별다른 맛이 나지 않는 데 있다. 쓸개라면 또 모를까. 실제로 중국의 소태나무 별칭 가운데 하나가 웅담수(熊胆树, 熊膽樹)다. 나무 이름과 관련해 조선 후기 정약용과 신만의 경험 약방문을 모은 책으로 알려진 ≪단방신편(單方新編)≫의 제상문(諸傷門, 여러 상처의 처방)에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뱀에 물렸을 때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初咬時, 小台木皮付之.
쳐음 물닌 ㅅᄃᆞㅣ에 쇼ᄐᆞㅣ나무 겁질을 부치라. ᄉᆞㅣㅇ거시 업거든 급히 미토리 뒤축에 감은 걸 풀어 물에 츅여 부치라. 물닌 지 오ᄅᆞㅣ면 무효.”
“처음 물린 때에 소태나무 껍질을 붙여라. 생것이 없거든 급히 미투리 뒤축에 감은 걸 풀어 물에 축여 붙여라. 물린지 오래면 효과가 없다.”고 한다. 산에서 독사에 물리면 곧바로 소태나무 껍질을 벗겨 물린 부위에 붙여 응급 처치를 하라는 얘기다. 소태나무의 주요 효능 중 하나가 바로 해독이다. 옛 의서들을 보면 지네나 독사에 물렸을 때 소태껍질을 붙이라는 처방이 나온다.
단방신편을 통해 알 수 있는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짚신이나 미투리를 삼을 때 소태껍질을 흔히 썼다는 것이다. 급한 대로 뒤축에 감은 것을 풀어 물에 축여 붙이라고 했으니 얼마나 널리 쓰였을지 짐작이 간다. 아닌 게 아니라 소태껍질은 매우 질겨 끈으로 썼을 뿐 아니라 도갱이를 뒷갱기했다. 도갱이란 짚신과 미투리에서 발꿈치를 두르는 줄을 말한다. 이 부분이 발꿈치와 마찰이 잦아 잘 떨어지기 때문에 그 겉을 소태껍질로 친친 돌려 감아준다.
그렇다면 ‘쓰다[苦]’는 말과 둘레를 두르는 물건을 뜻하는 ‘테’ 또는 짚신이나 미투리의 ‘테(테두리)’를 조합해 쓴테나무라고 부르다가 소태나무로 변하지 않았을까? 단지 추측해볼 뿐이다. 참고로 조선 후기 소태나무 한글 표기는 ‘쇼ᄐᆞㅣ나무’ 또는 ‘솟ᄐᆞㅣ’였고, 한자를 빌려 小太木(소태목)이나 小台木(소태목)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어쨌든 소의 태반이 소태나무의 어원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소태나무는 약재와 목재로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은 나무다. 한방에서는 우리 몸의 각종 염증, 열증(熱症), 습진, 아토피 등의 치료에 소태나무를 쓴다. 민간에서는 만성 위염 치료에 껍질, 열매 등을 달여 복용했고, 입맛이 없을 때 껍질 달인 물을 차처럼 마셨다. 양방에서도 신약 개발을 위해 소태나무 성분 연구와 실험을 활발히 진행하는 중이다.
농가에서는 노간주나무・다래나무・박달나무・물푸레나무 등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굵기의 나무를 써서 쇠코뚜레를 만들기도 했다. 요즘은 목재의 색깔이 고운 데다 천연 살균 효과가 있다고 원목 도마로 가공되어 팔린다. 소태나무는 목질이 단단하고, 심재가 선명한 노란색을 띠어 매우 보기 좋다. 변재는 황백색이다. 한낱 도마로 사고팔려고 굵직한 나무를 마구 죽이는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소태나무는 햇빛이 잘 드는 곳, 전국의 산에 자란다. 그러나 그동안 사람들이 얼마나 우악하고 게걸스럽게 달려들어 절단을 냈는지 큰 나무나 노거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나이 수백 살 먹은 노거수로, 안동시 길안면 송사시장길의 ‘송사동 소태나무’(천연기념물 제174호)와 울산시 북구 매곡동 마동마을 소태나무가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가. 이 나무들이 오늘날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서낭당에 뿌리를 내린 신성한 당산나무였기 때문이다.
소태나무 수피는 적갈색 또는 흑갈색의 밋밋한 바탕에 황색 껍질눈이 오돌토돌 나 있다. 이 껍질눈은 나무줄기가 숨을 쉬는 구멍이다. 이를 통해 껍질 안쪽과 바깥쪽의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되어 세포의 대사가 이루어진다. 우리가 흔히 벚나무 껍질에서 보는 자잘한 돌기가 바로 껍질눈이다. 소태나무 나무껍질은 매끈함을 오래 유지하다가 수령이 많아지면 세로로 갈라진다.
잎은 9~15개의 잔잎으로 이루어진 홀수깃꼴겹잎으로, 어긋나기를 한다. 마주난 잔잎은 달걀꼴로 길쭉하면서 잎끝이 매우 뾰족하고, 잎밑이 비대칭을 이루어 약간 둥그스름하다. 잔잎 앞면은 광택이 약간 나면서 털이 없고, 뒷면 잎맥에 털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가장자리에는 잎끝 쪽으로 굽은 물결 모양의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5월 중순에 암나무와 수나무에서 각기 따로 핀다. 꽃차례는 먼저 꽃대 끝에 꽃이 피고, 이어 그 주변의 가지 끝에 꽃이 핀 뒤, 거기서 또 갈라져 나간 가지 끝에 꽃이 피는 취산꽃차례다. 취산(聚散), 즉 하나의 이삭으로 모여 있지만[聚], 각 꽃이 뿔뿔이 흩어진[散] 꽃차례인 것이다. 암꽃과 수꽃 모두 4~5개의 꽃잎과 꽃받침조각, 4개의 수술을 지녔다. 암꽃에서는 암술머리가 4개로 갈라진 암술과 퇴화해 길이가 짧아진 수술을 볼 수 있다.
열매는 단단한 씨앗을 지닌 핵과로 분류되며, 달걀처럼 생긴 작은 열매 안에 거의 열매만 한 크기의 씨앗이 하나 들었고, 과육은 매우 얇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9월경에 검게 익는다. 꽃받침조각이 떨어지지 않고 열매 아래쪽에 계속 붙어 있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 더 알아보기 _ 훌륭한 인재와 소태나무
옛날 한자 문화권에서는 훌륭한 인재를 소태나무와 가래나무에 빗대어 기재(杞梓)라 했다. 기(杞)는 소태나무, 재(梓)는 가래나무다. 왕과 그 일족의 관을 가리키는 말 재궁(梓宮)은 중국에서 황제의 관으로 가래나무를 썼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재궁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가래나무 궁궐’이다.
가장 앞선 기재의 출전은 한나라 때 공자의 9대손 공부(孔鮒)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공총자(孔叢子)≫다. 거위(居衛) 편에 실린 내용은 이렇다.
전국 시대 공자의 손자이자 뛰어난 유학자인 자사(子思)가 위(衛)나라에 있을 때 구변(苟變)을 위나라 왕에게 추천했다. 구변은 오백 대의 전차를 거느릴 만한 인물로, 그를 장수로 부리면 천하무적일 것이라 했다. 위나라 임금은 “그 재주가 거느릴 만하다는 것을 알지만, 구변은 일찍이 관리가 되어 백성들에게 세금을 거두면서 남의 달걀 두 개를 먹었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자사가 말했다.
“무릇 성인이 사람에게 벼슬을 내리는 것은 뛰어난 장인이 나무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그 장점을 취하고 그 단점을 버리니, 아름드리 기재(杞梓)가 몇 자 썩었다고 훌륭한 장인이 버리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그 꺼려지는 점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아시고 귀중한 그릇을 허물하지 마십시오. 지금 임금께서는 전쟁으로 어지러운 세상에 놓였는데, (맹수의) 발톱과 엄니 같은 사람을 뽑아야지 달걀 두 개 때문에 방패와 성 같은 장수를 어찌 버리려 하십니까. 이 얘기는 이웃 나라 사람들이 듣지 않게 하소서.”
마침내 위나라 임금은 자사에게 두 번 절하며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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