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나무

세로티나벚나무

나무입문 2020. 1. 18. 11:59
학명: Prunus serotina Ehrh.
분류장미과 벚나무속
형태낙엽 활엽 큰키나무
암수암수한그루암수한꽃
개화: 5월 중순
결실: 8~9

세로티나벚나무꽃. 5월 중순, 새로 난 가지 끝에서 총상꽃차례로 피는데, 꽃대에 40개쯤 달려 기다란 원뿔 모양 꽃송이를 이룬다. 각 꽃은 흰 꽃잎과 꽃받침조각 5개, 암술 1개, 수술 20여 개다. 

세로티나벚나무는 미국 동부와 멕시코가 고향인 낙엽 활엽 큰키나무다. 다 자라면 높이가 15~25미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는 1960년경에 산림과학원에서 씨앗을 도입해 육묘를 거쳐 보급되었다.

애초 이 나무는 고급 목재를 얻을 목적으로 미국에서 들여왔다.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목재 가운데 미국 흑호두나무 다음으로 비싸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 애시(ash), 즉 미국물푸레나무로 만든 가구가 제법 인기 있지만,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세로티나벚나무에 훨씬 못 미친다.

세로티나벚나무 목재가 비싼 것은 색이 고급스럽기 때문이다. 변재와 심재가 뚜렷이 구분되는 나무로서 변재는 황백색으로 다른 나무보다 적은 편이고, 적갈색 심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심재로 가구를 만들거나 마루, 틀 등을 시공하고 2~3년이 지나면 붉은색이 선명하게 살아나 더욱 고급스러워진다. 나뭇결 무늬도 아름다운 편이다.

게다가 성장 속도도 빠르다. 수령 40~50년이 되면 가슴높이지름(흉고)이 45센티미터나 된다. 미국에서 258년을 살다가 죽음을 맞는 나무는 가슴높이지름이 1.2미터였다. 세로티나벚나무는 빨리 자라는 만큼 나무치고 오래 살지 못한다. 수명은 보통 150~200년이라고 한다.

세로티나벚나무 수피

산림청에서는 임업인에게 목재 생산으로 고소득이 보장되는 세로티나벚나무 조림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로티나벚나무가 지닌 장점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흰 꽃송이가 풍성하게 달리고 열매가 고와 관상수로도 인기가 좋다. 수많은 꽃의 꽃꿀로 꿀벌을 불러들이는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이 꽃은 우리나라 산에 자생하는 귀룽나무와 비슷하다. 5월 중순에 새로 난 가지 끝에서 총상꽃차례(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꽃이 어긋나게 붙어 밑에서부터 피는 꽃차례)로 피는데, 꽃대에 40개쯤 달려 기다란 원뿔 모양의 꽃송이를 이룬다. 각 꽃은 흰 꽃잎과 꽃받침조각 5개, 암술 1개, 수술 20여 개다. 꽃받침조각은 삼각형이고 가장자리에 선(線) 모양의 톱니가 있다. 꽃대에는 잔털이 있거나 없고, 꽃자루에는 잔털이 없다.

귀룽나무꽃

이런 것들로만 보면 귀룽나무꽃과 구분이 잘 안 된다. 수술과 꽃자루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비로소 서로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수술의 경우, 귀룽나무는 그 길이가 꽃잎보다 짧지만 세로티나벚나무는 꽃잎과 맞먹을 정도로 길다. 그런 이유로 세로티나벚나무꽃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수술이 눈에 들어온다. 꽃대에 붙어 꽃을 지지해주는 꽃자루는 귀룽나무보다 짧다. 세로티나벚나무 꽃자루 길이는 3~6밀리미터로, 이는 5~12밀리미터인 귀룽나무의 반에 해당한다.

사실 꽃으로 귀룽나무와 헷갈릴 일은 없다. 꽃피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귀룽나무는 4월 중순에 꽃이 핀다. 그보다 한 달쯤 늦게 세로티나벚나무가 꽃을 피울 때 귀룽나무는 이미 열매를 맺고 있다. 세로티나벚나무의 학명 프루누스 세로티나(Prunus serotina)는 이처럼 다른 벚나무속 나무보다 꽃이 늦게 피는 특징을 살려 지어졌다. 종소명 serotina는 ‘늦되는’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다. 이 나무의 우리나라 이름은 학명을 따라 지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세로티나벚나무라고 하는 이름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다. 무엇보다 꽃이 벚꽃을 닮지 않았다. 오히려 별칭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미국귀룽나무나 북아메리카귀룽나무가 이 나무에 꼭 맞는 이름이다. 일본이라면 세로티나벚나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귀룽나무를 에조노우와미자쿠라(蝦夷の上溝桜), 일본귀룽나무를 우와미자쿠라(上溝桜)라고 부른다. 세로티나벚나무는 미국명 블랙체리(Black Cherry)를 그대로 가져와 부랏쿠체리(ブラックチェリー)라고 한다. 여기서 체리는 벚나무를 말한다. 그들이 블랙체리라 하는 것은 구로사쿠라(黑桜)와 뜻이 같다. 중국에서는 세로티나벚나무를 흑앵도목(黑樱桃木)이라 한다. 벚나무는 앵화(樱花)라 하는데, 櫻은 원래 앵두를 말한다. 같은 나무에서 중국은 앵두를 보았고, 일본은 벚나무를 보았다. 우리는 무엇을 본 것일까?

미국에서 블랙체리라고 부르는 것은 열매가 검게 익기 때문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야생체리, 럼체리 등으로 불린다. 럼체리는 북아메리카 땅에 발을 들여놓은 미국인들이 럼주에 세로티나벚나무 열매를 담가 먹은 데서 유래했다.
체리 바운스(cherry bounce)라고 하는 그 술은 우리처럼 소주에 잘 익은 세로티나벚나무 열매를 그대로 넣고 숙성시키는 게 아니다. 열매의 즙에 설탕을 섞어 몇 주간 발효시킨 뒤 여기에 증류주를 섞는다. 그런 다음 곧장 마시거나 더 숙성시켰다가 마신다. 이른바 리큐어의 일종인 체리 혼성주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이 즐겨 마신 술이 바로 체리 바운스라고 한다.

체리 바운스에 주정(酒精)으로 쓰는 술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럼, 브랜디, 위스키 같은 술 중에서 럼이 가장 많이 쓰여 럼체리라는 나무 이름이 나오게 된 것이다.

세로티나벚나무 열매는 굳은씨열매로 8월부터 익는다. 버찌만 하면서 둥근 이 열매는 처음에는 자줏빛을 띤 붉은색이었다가 맑고 투명한 빛을 띤 붉은색으로 변한 뒤 완전히 익으면 검붉은 색이 된다. 9월에 무르익어 10월 초・중순까지도 달려 있다. 잘 익은 것은 쓴맛과 함께 단맛이 나는데, 특히 향이 풍미를 낸다. 귀룽나무처럼 쓴맛이 강해 생식하지는 않지만, 향이 좋아 잼으로 만들어 먹는다.

갓 맺힌 열매
열매는 굳은씨열매로 8월부터 익는다. 버찌만 하면서 둥근 열매는 처음에는 자줏빛을 띤 붉은색이었다가 맑고 투명한 빛을 띤 붉은색으로 변한 뒤 완전히 익으면 검붉은 색이 된다. 9월에 무르익어 10월 초・중순까지도 달려 있다. 잘 익은 것은 쓴맛과 함께 단맛이 나는데, 특히 향이 풍미를 낸다.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세로티나벚나무의 나이는 약 열 살이다. 속성수여서 파종한 뒤 3년이 지나면 꽃을 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곧장 열매가 달리지는 않는다. 수령 10년은 되어야 번식 능력을 제대로 갖춘 열매를 맺는다.

나무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 겉으로 몸이 커지고 성 능력을 갖췄다고 어른이 아니듯이, 나무는 한동안 헛꽃을 피우고 비바람과 눈보라를 겪으며 성목(成木)이 될 준비를 한다. 비로소 그 모든 시련을 이겨낼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른으로서 열매를 맺는다.

세로티나벚나무 열매로 술을 담글 때는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열매가 붙어 있는 꼭지(열매자루), 꽃자루였던 부분은 버리고 순수한 열매만 쓰는 것이다. 귀룽나무, 일본귀룽나무와 마찬가지로 이 나무의 잎, 속껍질, 꽃대 등에는 청산배당체인 프루나신과 아미그달린이 들어 있다. 프루나신과 아미그달린은 우리 몸의 장 안에서 효소 반응을 일으켜 청산가리, 즉 사이안화칼륨으로 변한다. 사이안화칼륨에서 분리된 사이안이온은 핏속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운반할 수 없게 만들어 사람이나 동물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청산배당체는 청매실과 그 씨, 은행, 완두콩, 살구・복숭아・사과・앵두・버찌・아마・야생아몬드(비터아몬드) 등의 씨, 그중에서도 씨눈에 많이 들어 있다. 식물이 사람을 비롯한 다른 생물들에게 열매를 내주면서 후손을 위해 씨까지 먹어치우지 말라고 장치해놓은 것이다. 굳이 먹는다면 익혀 먹는 것이 좋다. 가열해 익히면 청산배당체가 효소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로티나벚나무의 속껍질에서는 살구씨나 아몬드 향이 나는데, 이는 청산배당체와 사이안화칼륨 특유의 냄새다.

그렇지만 프루나신, 아미그달린은 기침에 잘 듣는 성분이기도 하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세로티나벚나무 줄기나 뿌리의 속껍질을 말렸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낸 차로 기침과 감기를 치료하고, 위장병, 인후염 등도 다스렸다. 1970년까지 미국 약국에서는 껍질을 약재로 취급했다고 한다.

세로티나벚나무 잎은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끝이 점차 길어지면서 뾰족하고, 밑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잎 앞면에 광택이 나고 뒷면 주맥 겨드랑이에 갈색 융털이 난다. 잎자루는 약 1.5센티미터로 잔털 없이 매끈하다. 잎밑 부근 잎자루에 1쌍의 꿀샘이 있다. 잎차례는 어긋나기다.

10월 말쯤에 기후, 일조량, 일교차, 묘목에 따라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으로 단풍이 든다.

잎은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끝이 점차 길어지면서 뾰족하고, 밑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잎 앞면에 광택이 나고 뒷면 주맥 겨드랑이에 갈색 융털이 난다. 잎자루는 약 1.5센티미터로 잔털 없이 매끈하다. 잎밑 부근 잎자루에 1쌍의 꿀샘이 있다. 잎차례는 어긋나기다.

*사진을 올리고 보니 세로로 된 것이 가로로 누워버리는데, 어쩔 수 없이 그냥 올린다. 용량이 큰 사진을 올릴 수 없는 것도 불만이다.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일일이 사진 용량을 줄여야 하다니!

세로티나벚나무꽃 상세
귀룽나무꽃 상세
세로티나벚나무 줄기 세로 단면. 심재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그 색은 적갈색이다.
널리 사용되는 목재 가운데 흑호두나무(Walnut, Black) 다음으로 비싸다(Cherry, Black). [2019년 미국 목재 가격]

'자연 > 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태나무 암꽃과 수꽃, 소태나무 유래  (0) 2020.01.21
백당나무  (0) 2020.01.20
아몬드나무  (0) 2019.10.24
윤노리나무 열매  (0) 2019.10.20
황벽나무 목재  (0) 2019.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