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杞梓), 그 훌륭한 인재
자사(子思)가 위(衛)나라에 있을 때 구변(苟變)을 위나라 왕에게 추천하며 말했다.
“그 재주는 500대의 병거(兵車)를 거느릴 만하니, 임금께서 전쟁을 맞아 이 사람을 얻어 따르게 하면 천하무적일 것입니다.”
위나라 임금이 말했다.
“나는 그 재주가 거느릴 만하다는 것을 알지만, 구변은 일찍이 관리가 되어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거두면서 남의 달걀 두 개를 먹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이오.”
자사가 말했다
“무릇 성인(聖人)이 사람에게 벼슬을 내리는 것은 뛰어난 장인이 나무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그 장점을 취하고 그 단점을 버리니, 아름드리 소태나무[杞, 기]와 가래나무[梓, 재]가 몇 자 썩었다고 훌륭한 장인이 버리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그 꺼려지는 점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아시고, 마침내 부자중기(不訾重器, 귀중한 것을 헐뜯지 않는다)를 이루십시오. 지금 임금께서는 전쟁으로 어지러운 세상에 놓였는데, (맹수의) 발톱과 엄니 같은 사람을 뽑아야지 달걀 2개 때문에 방패와 성(城) 같은 장수를 어찌 버리려 하십니까. 이 얘기는 이웃 나라 사람들이 듣지 않게 하소서.”
위나라 임금은 두 번 절하고 말했다.
“삼가 가르침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원문] 子思居衛、言苟變於衛君、曰、「其材可將五百乘、君任軍旅、率得此人、則無敵於天下矣。」 衛君曰、「吾知其材可將、然變也嘗為吏、賦於民而食人二鷄子、以故弗用也。」 子思曰、「夫聖人之官人、猶大匠之用木也。 取其所長、棄其所短、故杞梓連抱而有數尺之朽、良工不棄、何也。 知其所妨者細也、卒成不訾之器。 今君處戰國之世、選爪牙之士、而以二卵焉棄干城之將。 此不可使聞於鄰國者也。」 衛君再拜、曰、「謹受教矣。」
자사거위、언구변어위군、왈、「기재가장오백승、군임군려、솔득차인、즉무적어천하의。」 위군왈、「오지기재가장、연변야상위리、부어민이식인이계자、이고불용야。」 자사왈、「부성인지관인、유대장지용목야。 취기소장、기기소단、고기재연포이유수척지후、양공불기、하야。 지기소방자세야、졸성부자지기。 금군처전국지세、선조아지사、이이이란언기간성지장。 차불가사문어인국자야。」 위군재배、왈、「근수교의。」
이 대목은 ≪공총자(孔叢子)≫, 거위(居衛) 편에 나온다. 자사(子思)는 전국 시대 유학자로, 공자의 손자다. ≪중용(中庸)≫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공총자는 중국 한나라 때 공자의 9대손 공부(孔鮒)가 지었다고 한다.
나무에 빗대어 훌륭한 인재를 일컫는 말 기재(杞梓)의 출전은 여럿이지만, 이 공총자가 원조다. 시대적으로 가장 빠르다. 다른 데는 없는 “知其所妨者細也、卒成不訾之器。”와 같은 문장도 들어 있다. 이 문장은 까다롭고 껄끄럽다. 그래서 다른 도서에서 빼버렸는지 모른다.
≪나무 입문 3≫ ‘소태나무’에 들어갈 내용을 추리다가 자사의 기재까지 오게 되었다. 소태나무 어원을 다시 조사해봤다. ‘소의 태’처럼 쓰기 때문에 소태나무라 했다는 설은 여전히 허무맹랑하지만,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 사람들이 ‘소태처럼 입이 쓰다’, ‘소태를 씹은 것 같다’고 할 때의 그 소태는 소태나무라는 것은 확실하다. 소의 태는 아무 맛이 없다. 내가 몇 년 전 일본 인터넷을 다 뒤져 알아봤다. 그 일본인은 맛이 어떨까 궁금해 직접 요리해 먹어보고 사진도 찍어 올렸는데, 지금은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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