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나무

홍가시나무

나무입문 2020. 2. 24. 21:40

#홍가시나무

학명 : Photinia glabra (Thunb.) Maxim.
분류 : 장미과 홍가시나무속
형태 : 상록 활엽 작은큰키나무
암수 : 암수한그루, 암수한꽃
개화 : 5월 중순
결실 : 10~12월

홍가시나무는 봄에 돋는 새잎이 붉은 상록 활엽 작은큰키나무다.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로서 다 자라면 높이 5~10미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 말에 미국과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이며, 2000년대 초부터 원예수로서 전국에 심어지기 시작했다.

나무 이름은 잎이 참나뭇과 상록수인 가시나무를 닮은 데다 그 색깔이 붉어 붙여졌다. 옛 한자 이름과 한방 생약명은 石楠(석남) 또는 石南(석남)이다. ≪동의보감≫에는 석남 잎을 “주로 근육과 뼈・피부・풍증에 쓴다. 신장을 북돋우고, 음을 강하게 하며, 다리가 약한 것을 치료한다.(主筋骨皮膚風 養腎强陰 療脚弱)”고 했다. 차로 마실 때는 새싹을 증기로 찐 뒤 가마솥에 덖고 뜨거운 물에 우린다. ≪본초강목≫에는 石南의 이름 유래가 밝혀져 있다. “돌 사이에 자라고 따뜻한 곳을 향하기 때문에 이름을 석남이라 했다(生於石間向陽之處 故名石南)”는 것이다.
조선 영조 때 나온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에 울릉도에 석남이 난다고 했는데, 이 석남은 홍가시나무가 아니라 만병초로 보인다. 만병초를 석남 또는 석남화라 부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홍가시나무를 가나메모치(要黐, 요리)라 하고 별명으로 아카메모치(赤芽黐, 적아리)라 한다. 여기에서 한자 黐는 끈끈이나무 또는 감탕나무로 해석할 수 있는 모치노키(黐の木)를 가리킨다. 봄에 나는 새잎이 붉은 데다 감탕나무 잎을 닮아 아카메모치라 부르다가 가나메모치로 와전되었다고 하는데, 이와 다른 설도 있다. 이 나무로 쥘부채의 사북, 즉 접었다 폈다 하는 부챗살을 한 점에 고정하는 돌쩌귀 같은 물건을 만들어 가나메모치라 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자 요(要)를 가나메로 읽을 때는 사북을 의미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홍가시나무를 광엽석남(光叶石楠, 光葉石楠)이라 하는데, 여러 별칭 가운데 부챗살 나무라는 뜻의 선골목(扇骨木)이 있다. 목질이 단단하니 일본과 중국에서 부채를 만드는 데 홍가시나무가 쓰였을 것이다.

홍가시나무는 추위에 약해 제주도, 남해안 등의 남부 지방에 주로 심는다. 다른 이유보다 붉은 잎이 특이하고 아름다워서다. 여러 종류의 홍가시나무가 있지만 인기가 좋은 것은 프레이저홍가시나무 ‘레드 로빈’이다. 미국 프레이저 농장에서 홍가시나무와 세라티폴리아홍가시(P. serratifolia)를 교배해 개발했다. 다른 품종에 비해 새잎의 붉은색이 선명하고 추위에 비교적 강하다.

꽃은 5월 중순에 새 가지 끝에서 겹고른우산꽃차례(복산방화서)로 핀다. 꽃잎은 5개로 달걀꼴 또는 거꿀달걀꼴에 흰색이고, 흰색 잔털이 있다. 암술대는 2개이고 수술은 20개인데, 암술대 아랫부분과 그 주변에 흰색 잔털이 빽빽하다. 꽃받침조각은 삼각형으로 5개이며, 꽃대와 작은꽃대는 붉다.

배열매(이과)로 분류되는 열매는 지름 5밀리미터 정도로 작고, 동그란 모양이며, 10~12월에 붉게 익는다. 씨방이 성장해 이루어진 작은 응어리를 다육부가 둘러싸는, 배 같은 열매를 배열매라 한다. 이런 열매를 맺는 나무는 장미, 사과나무, 배나무, 윤노리나무 등으로 대개 장미과에 속한다. 그리고 홍가시나무 열매는 씨방이 아니라 꽃턱(화탁)이 비대해져 과육을 이루는 위과(僞果)이다. 열매 끝에는 꽃받침조각 흔적이 남아 있다.

잎은 타원형, 긴타원형, 거꿀달걀꼴의 긴타원형으로, 잎끝이 점차긴뾰족끝이고 잎밑이 쐐기꼴밑 또는 넓은 쐐기꼴밑이다. 잎 양면에 털이 없고, 표면에 광택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잘고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빛남 또는 빛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포테이노스(photeinos)에서 유래한 속명 포티니아(Photinia) 또한 잎의 광택을 특징으로 삼은 것이다. 잎차례는 어긋나기다.

수피는 회갈색 내지 암갈색으로 어린 나무일 때는 바탕이 밋밋하고 가로의 껍질눈이 있지만, 수령이 많아지면 겉이 세로로 갈라지면서 거칠게 일어난다.

홍가시나무꽃
꽃잎, 암술대와 그 주변에 털이 있다. 암술대는 2개.
새로 난 잎
홍가시나무 레드 로빈
잎. 두툼하고 질긴 혁질이다.
참나뭇과 가시나무 잎
홍가시나무 열매
홍가시나무 열매. 씨방이 아니라 꽃턱이 발달해 과육이 된 위과이며, 씨방이 성장해 과육 속에 씨를 감싸며 응어리가 진 배열매이다.

 

비교적 어린 나무의 수피
수령이 많은 나무의 수피
≪동국문헌비고≫ 울릉도 석남 부분. 여기에서 석남은 만병초일 것이다. 울릉도는 물론 우리나라 전 지역에 홍가시나무가 자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