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큐 왕립 식물원이 운영하는 WCSP(선별된 식물 과의 세계 점검표)에서는 노루귀의 학명이 Anemone hepatica var. japonica (Nakai) Ohwi인데, 솔직히 무슨 근거로 Anemone hepatica 의 일본 변종이란 뜻으로 var. japonica를 붙였는지 모르겠다. 이 학명은 1953년에 출간된 오이 지사부로(大井 次三郎)의 <일본 식물지(Flora of Japan)>에 의한 것이다. 종전에 노루귀는 노루귀속(Hepatica)으로 분류되었는데 바람꽃속(Anemone)으로 인정되면서 '일본의'라는 뜻의 야포니카(japonica)가 들어갔다.
GBIF(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와 <중국 식물지>에는 Hepatica nobilis var. asiatica (Nakai)Hara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Hepatica asiatica Nakai로 되어 있다. <일본 식물학 잡지(The Journal of Japanese Botany)>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이 노루귀 학명을 Hepatica asiatica Nakai로 발표한 것이 1937년이다. 노루귀속을 가리키는 속명 헤파티카(Hepatica)는 간을 뜻하는 라틴어로, 노루귀의 잎이 간을 닮은 데서 유래했다. 종소명 아시아티카(asiatica)는 '아시아의'라는 뜻이다. Hepatica asiatica Nakai가 선취권이 있지만, 이제는 노루귀가 노루귀속이 아니라 바람꽃속으로 분류되어 그런 것인가?
그것은 그렇다 치고, 왜 노루귀 꽃은 색깔이 다양할까? 수국과 산수국처럼 토양 때문일까? 수국과 산수국은 pH7 이하의 산성 땅에서는 파란색, pH7 이상의 염기성 땅에서는 붉은색 꽃을 피운다. 그러나 <일본 열도에서 노루귀의 꽃 색깔이 여러 가지인 것에 착안한 집단 유전 구조(日本列島におけるミスミソウの花色多型に着目した集団遺伝構造)>라는 논문을 보면, 노루귀의 꽃 색깔은 토양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안토시아닌 성분을 바탕으로 노루귀 꽃 색깔을 파랑, 빨강, 하양으로 분류한 다음,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기술인 RNA-seq을 이용해 파랑・ 빨강・하양 꽃 색깔 사이의 발현 변동 유전자를 추출한 결과, 파랑-빨강 사이에서는 F3'5'H 유전자가, 파랑・빨강-하양 사이에서는 전사인자(轉寫因子)인 R2R3MYB 유전자군과 안토시아닌 합성경로에 작용하는 복수의 유전자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파랑, 빨강, 하양 세 가지 색 사이에서 안토시아닌을 발현하는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에 꽃 색깔이 다른 것이다. 여기에 곤충에 의해 꽃 색깔이 다른 개체끼리 교배됨으로써 유전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