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풀

뺑쑥의 반전

나무입문 2021. 6. 9. 00:59

쑥은 전 세계에 약 500종이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자생 쑥, 그러니까 아르테미시아(Artemisia)속 식물은 40종이다.

가는잎쑥, 개똥쑥, 개사철쑥, 갯제비쑥, 구와쑥, 국화잎쑥, 그늘쑥, 금강쑥, 금쑥, 넓은잎쑥, 넓은잎외잎쑥, 더위지기, 덤불쑥, 맑은대쑥, 명천쑥, 물쑥, 비단쑥, 비쑥, 뺑쑥, 사철쑥, 산개쑥, 산쑥, 산흰쑥, 섬쑥, 실제비쑥, 쑥, 애기비쑥, 외잎물쑥, 외잎쑥, 율무쑥, 제비쑥, 좀황해쑥, 증산쑥, 참쑥, 큰비쑥, 털비쑥, 털산쑥, 황해쑥, 흰산쑥, 흰쑥.

또 목록에 빠진 사재발쑥(사자발쑥), 싸주아리쑥이란 것도 있다.

보통 사람이 이 모두를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쑥의 한가지라는 것은 몇몇 특이한 종을 빼고는 알지 않을까. 특유의 향, 잎 뒷면에 하얗게 덮인 솜털이 쑥임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많은 쑥을 알아가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 학명으로 중국, 일본 자료까지 뒤져 우선 주변에서 본 쑥들을 정리해 보자.

≪능엄경언해≫에서 艾(쑥 애)를 ㅄㅜㄱ(쑥)이라 했다. ≪두시언해≫에서는 쑥을 다봇 또는 다봊이라 했다. ≪훈몽자회≫에서는 靑蒿(청호)를 ㅂ.ㅣ양(배양)이라 했다. 다봊과 ㅄㅜㄱ이 합성되어 다복쑥(다북쑥)이란 말이 나왔고, ㅂ.ㅣ양은 지금의 뺑쑥을 가리킨다고 한다.

베를 짤 때 날실끼리 엉기지 않게 끼우는 막대기를 뱁댕이 또는 뺑대라고 하는데, 이 뺑대는 원래 뺑쑥의 줄기를 가리킨다. 가볍고 튼튼한 뺑대가 뱁댕이로 많이 쓰이다 보니 아예 그 도구의 이름이 된 것이다.

뺑쑥은 잎 크기가 쑥(Artemisia princeps)이나 참쑥(A. dubia)보다 작고, 갈라진 잎 조각(열편)이 가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왜호(矮蒿), 일본에서는 히메요모기(姫蓬, 희봉)라 한다. 왜(矮)는 작다는 뜻이다. 일본어 접두사 희메(姫) 또한 작다는 뜻이다.

뺑쑥이 다 자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뺑쑥의 줄기는 곧고 튼튼하며, 어떤 것은 다 자랐을 때 키가 2미터 이상이다.

뺑쑥의 학명은 아르테미시아 페데이(Artemisia feddei)로, 속명 Artemisia는 달·사냥의 여신이면서 여성의 수호신인 아르테미스를 가리키고, 종소명 feddei는 20세기 독일 식물학자 프리드리히 카를 게오르크 페데(Friedrich Karl Georg Fedde, 1873-1942)를 기념한 것이다.
뺑쑥은 맛이 좋지 않아 거의 식용하지 않는다. 전초가 약으로 쓰인다. 옛날에 뺑대가 생활 도구의 재료가 되었다.
뺑쑥의 줄기는 보통 갈색이며 세로로 제법 깊게 골이 파인다.
이 뺑쑥은 키 2미터가 넘는다.
중하단부 잎
중하단부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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