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小薊 (大대薊계ᄂᆞᆫ 한거싀 小쇼薊계ᄂᆞᆫ 조방거싀) 取汁服之. 한거싀와 조방거싀와 즛두드려 ㅂㅈㅗㄴ 므를 머그라.”
조선 성종 때 간행된 의서 ≪구급간이방언해(救急簡易方諺解)≫ 3권, <요혈(尿血)>에 이렇게 쓰여 있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올 때 “엉겅퀴와 조뱅이 (뿌리)를 짓두드려 짠 물을 먹으라.”는 것이다.
한자어로 엉겅퀴는 대계(大薊), 조뱅이는 소계(小薊)라 한다. 薊는 잎의 가시를 말한다. 엉겅퀴는 잎 가장자리 가시가 커서 한거싀(큰가시), 조뱅이는 잎 가장자리 가시가 작아 조방거싀(작은가시)라 했다.
조선 세종 때 간행된 ≪향약채취월령(郷藥採取月令)≫에도 엉겅퀴와 조뱅이가 나온다. 이 책의 원본은 없다. 여러 필사본만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에 언어학자인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가 식물학자 시라이 미쓰타로(白井光太郞) 소장 필사본을 다시 필사한 것에는 이두식 향명 옆에 한글이 적혀 있다. 이는 오구라 자신이 필사한 뒤 "고서를 근거로 덧붙인 것"이다.
대계(大薊)의 향명 대거새(大居塞)에는 '항것귀 언겅퀴(平安)', 소계(小薊)의 향명 조방거세(曹方居塞)에는 ‘조방이’라고 했다. 大居塞, 曹方居塞는 향명을 한자로 빌려 쓴 것이다. 曹方居塞는 조방거싀(작은가시)를 말한다. 조방은 ‘작은’의 뜻으로 쓰였던 옛말이며, 조뱅이는 조방거싀와 조방이를 거쳐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졸방제비꽃, 졸방게(방게)에서 ‘졸방’도 바로 이 ‘작은’을 뜻하는 ‘조방’이 아닐까. 졸방제비꽃은 꽃이 잎이나 키에 비해 매우 작은 제비꽃, 졸방게는 보통 게보다 작은 게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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