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바람 부는 날

나무입문 2019. 9. 16. 17:18

바람 부는 날 
 

나는 이름 없는 풀이었고
풀에 맺힌 이슬이었고
당신은 나를 떨치고 가는,
늘 바람이었다. 
 
땅 밑 단단한 어둠을 기어
어느 날 문득,
당신 앞에 파랗게 서고 싶었던
대 뿌리 같은 내 오랜 마음도 
 
오늘은 바람에 몸서리치는,
오늘은 펄럭이는,
오늘은 찢어지고 흩어지는,
오늘은
바람 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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