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뭇과 나무는 단단하고 무겁다. 옛날 시골 집 외양간 옆에 가느다란 밤나무 막대기가 세워져 있었다. 그것을 마당에 놓아 기르던 암탉이 건드렸는지, 아무튼 밤나무 막대기가 쓰러져 닭발을 때렸다. 암탉이 꽥꽥 비명을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고는 잘 걷지 못했다. 밤나무 막대기에 맞아 발가락이 부러져버린 것이었다. 그렇다. 참나뭇과 나무는.
나도밤나무와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 그런 이름을 얻었다. 잎 생김새가 약간 비슷하다.
나도밤나무(Meliosma myriantha)는 이름과 달리 밤나무 집안에 들지 않는다. 나도밤나뭇과로 분가해 산다. 기온이 따뜻한 남부 지방, 중부 해안에 자생한다. 구슬 같은 붉은 열매가 볼 만하다. 일본에서는 아와부키(泡吹, 포취)라 한다. 가지를 잘라 불태우면 절단면에 거품이 부글부글 끓는데, 그 거품(泡)이 나무에서 불어(吹) 나오는 것 같아 붙은 이름이란다.
너도밤나무(Fagus engleriana)는 울릉도, 중국에 자생한다. 일본에는 너도밤나무와 비슷한 일본너도밤나무(Fagus japonica)가 있다. 일본어로는 이누부나(犬橅, 견무)다. 굳이 뜻풀이하자면 개너도밤나무다. 접두어 '개'는 멍멍 짖는 그 개로, 하찮다거나 못하다는 뜻을 지닌다.
너도밤나무 열매는 도토리 비슷하게 생겼다. 그렇기 때문인지 중국 이름은 미심수청강(米心水青冈, 米心水青岡)이다. 미심(米心)은 '쌀 알맹이'로 해석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너도밤나무 알맹이는 쌀알 같은 모양이다. 수청강(水青岡)은 너도밤나무류를 말하는데, 왜 그렇게 부르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水青岡, 물 푸른 언덕이라. 시적인 이름이긴 하다.
중국 사람들은 아직 식물 이름에 관심이 적어 연구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어 유명 관광지로 놀러 다니는 것에 관심이 쏠려 있다. 도움이 크게 되는 자료라면 명나라 때 이시진이 그전까지의 본초학서를 집대성해 내놓은 <본초강목>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을 쓰면서 이 책 내용을 많이 도용한 것 같다. 본초강목에는 본초학(식물약학)뿐만 아니라 식물 이름 유래까지 잘 밝혀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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