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나무

참나무 쉽게 구분하기

나무입문 2019. 8. 23. 01:14

나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여러 참나무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참나무는 상수리나무로 특정해놓았다. 하지만 식물학자나 아마추어 식물학자는 참나뭇과에 속하는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6종을 참나무라 한다. 나무가 단단하고, 무겁고, 화력이 좋아 참나무라는 통칭을 얻게 되었다.

참나뭇과에는 밤나무, 너도밤나무,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도 포함된다. 나도밤나무는 너도밤나무와 달리 참나뭇과가 아니라 나도밤나뭇과다. 나도밤나뭇과에는 합다리나무가 더 있다.

참나무를 구분하기 전에 그 나무들을 외우는 순서가 중요하다. 떡신갈상굴졸. 나는 이렇게 외운다. -떡갈나무, 신-신갈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다. 이유가 있다. 외운 순서대로 떡갈나무부터 알아보자.

떡갈나무 이름은 옛날에 떡을 찔 때 잎을 아래에 깔았던 데서 유래한다. 송편을 찔 때 솔잎을 깔 듯 떡갈나무 잎을 깔아 떡을 쪘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플라보노이드, 탄닌 등의 성분이 스며들어 떡을 상온에 두어도 잘 안 상한다.

떡갈나무 잎은 참나무 중에 가장 크다. 이 특징으로만 떡갈나무임을 알아볼 수 없다. 떡신갈(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잎은 거꿀달걀꼴로서 크다. 잎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 톱니가 있다. 흔히 도감에서는 치아(이빨) 모양 거치(톱니)가 있다고 한다. 내 눈에는 도무지 이빨처럼 보이지 않는다. 물결 모양 톱니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떡신갈 중에 떡신의 잎은 잎자루가 없다시피 한 것이 특징이다. 잎자루가 아예 없지는 않다.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잎자루가 짧다. 그리고 이 두 나무 잎의 차이는 뒷면에 있다. 떡갈나무는 잎 뒷면 색깔이 별 모양(사실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밝은 회색 털이 촘촘히 덮여 있어 회녹색이다. 신갈나무는 잎 뒷면에 털이 없다. 이것으로 떡신갈 중 잎자루가 없다시피 한 떡신을 먼저 가려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열매가 맺혔을 때는 더 쉽게 구분된다. 떡갈나무 열매의 깍정이(열매를 받치는 술잔 모양의 받침)는 총포가 술처럼 가늘고 길다. 신갈나무 열매 깍정이를 보면 술이 참나무 중에 가장 굵다. 굵은 털실로 뜬 빵모자(털모자) 같다신갈나무 이름은 그 잎을 짚신 안에 깔았던 데서 나왔다고 한다. 

떡갈나무 잎
떡갈나무 열매


신갈나무 잎
신갈나무 풋열매
신갈나무 익은 열매

떡신갈 중에 떡신은 그렇게 처리했고, 다음은 갈(갈참나무)이다. 갈참나무는 떡신과 잎이 비슷하지만 잎자루가 기다랗게 있다. 잎자루가 없다시피 한 떡신과 확연히 구분된다. 이로써 떡신갈은 해결됐다. 갈참나무 이름은 가을에도 마른 잎을 달고 있어 가을참나무라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럴싸하다. 그뿐이다. 갈참나무뿐만 아니라 모든 참나무는  떨켜를 발달시키지 않아 가을에 잎을 떨구지 않고 이듬해 봄이 되도록 마른 잎을 그대로 달고 있다.

갈참나무 잎
갈참나무 열매

떡신갈에 이어 상굴, 즉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다. 두 나무의 잎은 비슷하다. 긴 타원형에 가장자리에 바늘꼴 톱니가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잎 뒷면의 색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상수리나무 잎 뒷면은 드문드문 홑털(단모)이 있어 그 색깔이 연록색이다. 반면 굴참나무 잎은 뒷면에 별 모양의 작은 털이 촘촘하게 덮여 회녹색이다.

거기에 나무줄기 껍질을 보면 안다. 굴참나무 껍질은 코르크질이 발달해 손끝으로 눌러보면 푹신하게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상수리나무 껍질은 아주 딱딱해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두 나무의 열매는 동그란 모양으로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데, 굴참나무가 상수리나무 열매보다 약간 길다. 사실 열매로 두 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고수 중의 고수일 것이다. 이 두 나무의 이름 유래는 생략한다. 졸저 나무 입문 2에도 나오지만, 상수리나무 이름의 유래는 그저 설일 뿐이고 굴참나무는 고개를 주억거리게 한다. 

상수리나무 잎
상수리나무 열매
상수리나무 수피


굴참나무 잎
굴참나무 열매
굴참나무 수피

마지막으로 졸참나무다. 졸참나무를 졸()로 보면 절대 안 된다. 졸참나무의 졸은 그 졸이 아니다. 목재로 치자면 다른 참나무보다 단단하고 치밀해 너도밤나무, 물푸레나무 등과 함께 굽은 나무 가구(곡목 가구)에 이용된다. 등받이, 다리를 곡선으로 구부려 단순하지만 튼튼한 나무 의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곡목 의자라 한다. 오스트리아의 가구 장인 미하엘 토네트(Michael Thonet)가 고안해낸 의자다. 다른 참나무는 이 곡목 가구에 이용되지 않지만 졸참나무는 이용된다.

졸참나무 잎은 거꿀달걀꼴 타원형으로 크기가 떡신갈보다 작다. 잎 가장자리의 톱니는 뾰족하면서 둔하다. 졸참나무 이름은 장기의 말 졸()처럼 열매와 잎이 작은 데서 나왔다는 설이 있지만 신빙성이 없다. 졸참나무의 졸은 까마득한 옛날에 이두로 소리(所里)라 적은 올벼(早稻)를 말한다. 에 관해 졸저 나무 입문 2에 밝혀 두었다.

졸참나무라는 이름은 ㅗ리ㅊ·ㅁ나모에서 조리참나모를 거쳐 졸참나무가 되었다. 그러니까 졸참나무는 작은 참나무가 아니라 일찍 수확해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올벼와 같아 올벼참나무라 불렸던 나무다. 지금도 충청도 일부 지방에서 졸참나무 도토리를 싸도토리(쌀도토리)라 부르는 것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졸참나무 잎
졸참나무 열매
졸참나무 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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