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나무

감나무

나무입문 2019. 8. 25. 07:29
  • 학명 : Diospyros kaki L.f.
  • 분류 : 감나뭇과 감나무속
  • 형태 : 낙엽 활엽 큰키나무
  • 암수 : 암수딴그루, 암수한그루 암수딴꽃 또는 암수한꽃
  • 개화 : 5월 하순
  • 결실 : 10

감나무는 남부 지방 시골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과수다. 과거에는 집집마다 감나무 한두 그루쯤은 마당가에 심어놓고 감을 따 먹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꼬맹이들은 땅에 떨어진 감꽃을 주전부리로 주워 먹기도 하고 땡감을 삭혀 먹곤 했다. 땡감 또한 일찌감치 낙과한 것이다. 항아리에 물을 받은 뒤 아궁이에서 가져온 재를 풀어 잿물을 만들고, 여기에 소금을 약간 넣은 다음 땡감을 담가 둔다. 그러고 며칠 뒤 항아리에서 꺼내 깨끗한 물에 씻어 먹어보면 떫은맛은 온데간데없고 시큼한 맛이 났다.

낙엽 활엽 큰키나무인 감나무는 높이 15미터까지 자란다. 땅에 깊게 뿌리를 내리는 성질을 지녀 가뭄에 끄떡없다. 수피는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을 띠는데, 줄기가 굵어질수록 잘게 갈라지면서 코르크화된다.

어긋나기 잎차례의 잎은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다가 뾰족해지는 달걀꼴에 조금 두꺼운 편이다. 6~8월에 채취한 잎은 비타민 C가 풍부하다. 잘 말렸다가 차로 쓴다. 감나무는 가을에 주황빛을 띠는 감과 더불어 붉게 단풍이 들기 때문에 과수뿐만 아니라 조경수로서도 가치가 높다.

감나무 잎. 달걀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다.

오매 단풍 들것네 /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 오매 단풍 들것네 //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 오매 단풍 들것네

시인 김영랑도 <오매 단풍 들것네>란 시에서 감나무 단풍을 노래했다. 전남 강진에서 나고 자라고 살며 단풍이 든 감나무를 숱하게 보았을 것이다. 소슬바람이 잎맥 주위가 붉어진 감잎을 장독대 위에 툭 떨어뜨려 놓는다. 추석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데, 그동안 잦은 바람에 잎이 다 떨어질까 봐 걱정이다. 붉은 감잎 단풍을 보면 '오매 단풍 들것네' 하는 시구절이 떠오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5~6월에 종 모양으로 노랗게 피는 꽃은 꽃받침이 큼직하게 발달했다. 열매는 10월에 주황빛이나 붉은빛으로 무르익어 파란 가을하늘에 아름다운 점묘화를 그린다. 감의 밑동을 떠받치는 감꼭지는 꽃의 꽃받침이 성장한 것이다.

감꽃. 꽃받침은 꽃을 감싸고 남을 정도로 크다.

감나무속(Diospyros) 식물은 세계에 400여 종이 있지만, 그중 과수로서 가치가 높은 것이 감나무다. 포항 장기층과 함북 길주·명천 함진동층에서 신생대 감나무속 식물이 발견되었을 정도로 한반도에서 오래된 나무이기도 하다. 원산지는 한국, 중국, 일본이고, 과일로 감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도 중국, 한국, 일본 순이다. 서양에서는 감을 거의 먹지 않는다. 동아시아 특산 과일인 셈이다.

감나무는 크게 떫은감나무와 단감나무로 구분한다. 떫은 감 품종에는 청도반시, 둥시, 대봉시(갑주백목), 단성시, 고종시, 월하시, 원시, 분시, 사곡시 등이 있고, 단감에는 부유, 차랑, 서촌조생, 어소, 선사환 등이 있다.

떫은 감은 빨갛게 홍시로 익었을 때 먹거나 곶감을 만들어 먹고, 단감은 완전히 익지 않고 녹색 껍질이 노란색을 띠면 먹는다. 단감이 홍시가 되면 떫은 감이 홍시가 되었을 때와 달리 단맛이 없어진다. 감나무 이름은 열매가 달아 한자 달 감(甘)을 써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열매가 단 나무가 감나무라는 것이다.  

마른 꽃을 달고 있는 풋감. 감나무는 씨를 갖지 않아도 감을 맺는다.
10월경의 감

현재 볼 수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감나무는 대부분 떫은감나무다. 단감나무는 일제 강점기부터 일본에서 들여왔다. 원래 지리산 남부 지역에 재래종이 있었지만 품질이 좋지 않아 일본 단감나무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떫은감나무는 연평균 10도 이상이면 생육이 가능해 중부 지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단감나무는 연평균 13도를 웃돌아야 얼어 죽지 않거나 감이 제대로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경남, 제주에서만 단감나무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감나무는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서 피는 종류가 있고, 한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거나 암수를 갖춘 꽃이 피기도 한다. 또한 씨를 맺지 않아도 과일로 성장하는 특징을 지녔다. 수나무의 수꽃이나 암수한그루의 수술이 없어도 암나무는 암꽃의 씨방을 발달시켜 과육으로 만든다. 암나무만 재배하고 주변 수나무를 모조리 없애면 씨 없는 감을 얻을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암꽃. 꽃잎과 씨방의 경계에 있는 수술들은 퇴화했다.
수꽃. 수꽃은 암꽃에 비해 꽃통이 길고 좁다. 퇴화한 암술과 16개의 수술을 지녔다. 

[더 알아보기]

감 씨를 심으면 정말 고욤나무가 될까?

감 씨를 파종해 자란 나무에서는 감이 아니라 고욤이 열린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다만 크기가 작아 먹을 게 별로 없는, 고욤보다는 훨씬 큰 감이 열릴 뿐이다.

고욤나무는 열매가 대추처럼 작아 감나무와 구별된다. 잎의 생김새로도 알아볼 수 있다. 고욤나무 잎은 감나무 잎보다 길쭉하다. 또 감나무 잎은 가을에 단풍이 드는 반면 고욤나무 잎은 푸른 채 단풍이 들지 않는다.

감 씨를 파종해 얻은 감나무나 고욤나무 대목에 우량한 감이 열리는 감나무 가지를 접붙이는 것도 바로 그처럼 불량한 감을 얻지 않기 위해서다.

고욤나무 잎. 타원형으로 기름하다.
고욤나무 잎은 감나무와 달리 단풍이 들지 않는다. 든다고 해도 느르께한 정도다.
고욤나무 수꽃. 꽃부리 끝이 붉다.
고욤나무 수꽃. 퇴화한 암술을 16개의 수술이 둘러싸고 있다.
고욤나무 수꽃. 꽃의 크기는 콩알만큼 작다.
고욤나무 암꽃. 꽃밥 없는 수술 8개를 지녔다. 암술머리는 4개로 갈라졌다.
고욤은 갈색으로 익는다.
고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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