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나무

나무껍질 채취

나무입문 2019. 10. 16. 20:53
굴참나무와 피나무는 부름켜(형성층)가 다치지 않게 껍질을 잘 벗기면 몇 년 뒤에 새로 자라난 껍질이 목질부를 감싼다. 황벽나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 땅에 황벽나무가 귀한 것은 마구 껍질을 벗겨 먹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황벽나무를 보는 족족 껍질을 벗겨 그 속껍질로 환약을 만든다고 한다. 집에 상비약으로 두고 온 식구가 속이 안 좋거나 배가 아플 때 먹는단다.

이제 그런 짓은 그만하면 좋겠다. 나무를 소개하면서 죄책감이 든다. 어설픈 지식으로 나무껍질의 약성이나 쓰임새를 사람들에게 전하면 결국 그 나무가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나는 나무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옆에서 거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보를 빼먹을 수 없지 않나.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약초꾼이라면 이미 그쯤의 지식은 지니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굴참나무 껍질의 재생 (일본)

↑피나무 껍질의 재생 (검단산)

↑황벽나무의 수난 (일본)

보라! 마가목도 산에 귀하다. 여러 산을 다니고 있지만, 강원도 함백산에서 딱 한 그루 보았다. 남자에게 좋다고 껍질을 벗겨 가고, 아예 가지나 줄기를 베어 간다.

일본에는 황벽나무가 많은지 사람들이 공공연히 나무를 베어 속껍질을 채취한다. 조림한 것을 수확한다면 다행이지만, 자생하는 것을 그처럼 먹어 치운다면 일본도 씨가 마를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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