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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덕분의 쓰임새

나무입문 2019. 9. 5. 18:10

‘덕’, ‘덕분’을 잘못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여기서 덕은 한자 德으로 德分과 같다. ‘남에게 입은 은혜, 도움’을 말한다. 외부의 힘이 나 또는 어떤 대상에 작용하지 않았을 때는 쓸 수 없는 말이다. ‘덕분에 잘 먹었어.’ ‘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이럴 때 쓰인다.

‘그녀는 맑은 피부를 지닌 덕분에 미인으로 꼽힌다.’ ‘아침에 일찍 집을 나온 덕분에 지옥철은 피할 수 있었다.’ ‘친구 집을 방문한 덕에 뜻밖에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이런 표현은 우스꽝스럽다.

‘맑은 날씨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라고 하면 어떨까? 어쨌든 맑은 날씨의 은혜를 입었으니 틀리지 않았다. 이 표현이 꺼림칙하다면 ‘날씨가 맑아 기분이 좋아졌다.’와 같은 문장으로 바꿔 쓰면 된다. 덕분, 이 말은 어린이책에 특히 많이 쓰인다.

친구 집을 방문한 ‘덕분’에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
이 덕분을 대체할 단어가 없을까? 친구 집을 방문한 것은 하나의 행운이다. 의미를 살려 갈아 끼울 단어가 마땅찮다.

친구 집을 방문한 (차에)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
친구 집을 방문한 (요행으로)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
맞긴 맞는데 ‘덕분’과 맞먹게 어감이 살지 않는다. ‘운 좋게 친구 집을 방문해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이렇게 바꾸면 차라리 속 편하다.

√ 친구 집을 방문한 (기회에)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 여기에서 ‘기회’는 시기, 경우, 겨를, 짬을 말하며 주로 긍정의 상황에 쓰인다.
√ 친구 집을 방문한 (차에)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 ‘차’는 화자가 어떤 일을 하던 기회나 순간을 말한다. 부정도 긍정도 아닌 중립의 상황에 ‘차’가 쓰인다.
√ 친구 집을 방문한 (터에)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 ‘터’는 어떤 일을 하던 처지나 형편을 뜻하며, 부정적 상황에 쓰인다. 따라서 이 문장은 틀렸다.
√ 친구 집을 방문한 (탓에)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 친구 집을 방문한 것이 불만스러우면 이런 표현도 괜찮다. 하지만 ‘부정적 까닭이나 원인’을 뜻하는 이 말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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