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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과 역시

나무입문 2019. 9. 22. 03:53

“역시 그런가...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역시(亦是)가 일본식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얏파리(역시).” “얏파리 소오카(역시 그런가).” 일본인은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역시를 피하고 또한으로 바꾸어 쓰게 된다.

나 또한 어린이책에서 역시라는 말을 피한다. 옛날에 그것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글을 보았다. 어떤 편집자는 어린이책에서 한자어보다 순우리말을 쓰는 게 좋다고 여겨 이 단어를 피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역시를 피할 수는 없다. 한자어도 우리의 언어다. 초등 고학년이 읽을 책에는 역시를 사용해도 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점차 여러 단어와 표현에 익숙해져야 한다. 순우리말만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더군다나 역시는 일본어를 그대로 갖다 쓴 게 아니다. ‘이 또한’, ‘또한’, ‘~라는 뜻의 역시(亦是)(亦, ~도, 또한)과 함께 한문에서 흔히 사용되었다.

○ 與村秀才子 尋行數墨 亦是一事 (여촌수재자 심행수묵 역시일사) 시골의 뛰어난 선비들과 글을 읽는 것 또한 하나의 일이다. -《일성록(日省錄)

※ 심행수묵(尋行數墨)은 ‘행을 찾고 글자를 헤아린다’로 해석하며, 맥락을 따지지 않고 겉핥기로 글을 읽는 것을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열심히 글을 읽는 것으로 봐야 한다.

○ 則科業 雖與理學 不同 亦是坐而讀書作文 (즉과업 수여이학 부동 역시좌이독서작문) ... 그렇다면 과거 공부가 비록 성리학과는 같지 않으나 이 또한(역시)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짓는 것이어서... -《격몽요결(擊蒙要訣)

見君飄然雲外心 (견군표연운외심) 그대 거침없는[飄然] 구름 같은 딴마음[外心]을 보니

一餉功名眞弊屣 (일향공명진폐사) 잠깐의[一餉] 공명이 참으로 헌 짚신[弊屣]이구려.

行矣善保千金軀 (행의선보천금구) 가거든 천금 같은 몸 잘 간수하소.

南北東西亦是一天地 (남북동서역시일천지) 동서남북 역시 같은 하늘과 땅이오.

-이규보, <술에 취해 시를 지어 김군 원에게 주다(醉贈金君瑗)>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2」 생각하였던 대로.  역시 그랬었구나.

「3」 예전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은 지금도 역시 가난하다.  그날도 역시 그는 7시에 집을 나와 20분쯤에 전철을 탔다.

「4」 아무리 생각하여도.  이 일은 역시 이 분야의 전문가가 맡는 게 좋겠다.

의 뜻도 지녔음을 밝혔다.

이 같은 뜻으로 역시를 쓴다면 일본어 얏파리(やっぱり, 亦是) 또는 야하리(やはり, 亦是)와 똑같다. “그놈이 나라의 곳간을 털어먹은 희대의 사기꾼이라더니 역시.”라는 문장은 “그놈이 나라의 곳간을 털어먹은 희대의 사기꾼이라더니 과연.”으로 바꾸어 쓰고 싶다.

“역시 즐거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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