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나무

칠자화

나무입문 2019. 8. 27. 15:13
  • 학명 : Heptacodium miconioides Rehder
  • 분류 : 인동과 헵타코디움속
  • 형태 : 낙엽 활엽 작은큰키나무(소교목)
  • 암수 : 암수한그루, 암수한꽃
  • 개화 : 8월 초순
  • 결실 : 10~11

칠자화는 키 7미터쯤 자라는 낙엽 활엽 작은큰키나무다. 일곱 개의 꽃이 한 송이를 이룬다고 이름이 칠자화(七子花). 학명의 속명 헵타코디움(Heptacodium)일곱 개의 머리를 뜻한다. 영어 이름도 세븐 선 플라워(Seven Son Flower), 일곱 아들 꽃이다.

그렇다고 일곱 개의 꽃이 한 덩어리로 피는 것은 아니다. 작은꽃대 끝의 미성숙 꽃봉오리를 중심으로 여섯 개의 꽃이 빙 둘러 핀다. 꽃봉오리일 때는 일곱 개가 머리 모양을 이룬다. 자세히 보면 작은꽃대 끝 미성숙 꽃봉오리는 일곱 개의 자잘한 꽃봉오리 싹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여섯 개의 꽃이 핀 뒤 그 위로 여섯 개의 꽃이 다시 피고 거기서 또다시 여섯 개의 꽃이 피는, 필 수 있는 데까지 끝없이 꽃을 피워 올라가는 무한꽃차례다.

칠자화라는 이름은 바로 이런 꽃봉오리의 생김새에서 나왔다. 여섯 개의 꽃이 한 묶음을 이루는데, 여섯 개의 결과물인 그 하나까지 포함해 6+1의 의미에서 칠자화라 했다고도 한다. 8~9월에 피는 흰 꽃에서는 라일락 향기가 난다. 가을 문턱에 라일락 향기를 풍기는 꽃이 피어 가을 라일락(Autumn lilac)’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 꽃나무는 미국 아놀드수목원의 알프레드 리더(Alfred Rehder)1916년에 윌슨과 관련한 식물계(Plantae Wilsonianae)라는 책에 수록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어니스트 윌슨(Ernest Henry Wilson)은 영국 출신 식물분류학자로 아시아에서 2,000종이 넘는 식물을 표본, 묘목, 씨앗 등의 형태로 영국과 미국으로 가져가 식물 사냥꾼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는 1907년 후베이성 싱산(興山)에서 칠자화를 발견하고 두 차례에 걸쳐 표본을 채집해 하버드대학 아놀드수목원으로 가져갔다.

그 뒤 칠자화란 나무의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잊혀갔다. 그러다가 1980년 중미식물탐사대(Sino-American Botanical Expedition)가 중국 야생 식물을 조사할 때 다시 발견되어 드디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탐사대원들은 항저우(杭州)식물원에 자라는 칠자화 앞에서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산에서 스스로 자라던 칠자화는 대부분 사라지고 난 뒤였다. 중국에서 멸종위기 2급으로 분류되어 식물원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형편이었다. 그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칠자화 씨앗 채취와 반출을 허락받았다. 씨앗은 아놀드수목원과 미국국립수목원에 파종되었다. 그런 뒤 칠자화가 세계에 널리 퍼져 우리나라에도 들어오게 되었다.

칠자화는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흰 꽃을 피운다. 여러 꽃이 한꺼번에 피어 오래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서 먼저 핀 꽃이 질 때 다른 쪽에서 잇따라 꽃이 피는 식이다. 꽃은 꽃부리가 5개로 갈라진 통꽃으로 1개의 암술과 5개의 수술을 지니고 있다. 꽃에는 꽃꿀이 많아 벌과 나비가 많이 모인다.

신기한 것은 꽃받침이다. 꽃이 지면 녹색의 짧은 꽃받침이 붉은색을 띠며 점점 길게 자란다. 나중에 다 자란 꽃받침은 여느 꽃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곱다. 이를 두고 1년에 두 번 꽃을 피우는 나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달걀꼴 혹은 긴달걀꼴 잎은 마주나기를 한다. 잎맥은 손바닥 모양의 장상맥(掌狀脈)으로 잎밑에서 3개의 주맥이 잎끝으로 길게 뻗어 다시 하나로 모이거나 중간에 흐려진다. 마치 나뭇잎 한가운데에 날렵하게 생긴 버들잎을 한 장 더 올려놓은 것 같다. 종소명 미코니오이데스(miconioides)는 이런 독특한 잎 모양을 나타낸다. 이는 미코니아(Miconia)와 비슷한이라는 뜻으로 칠자화 잎, 특히 그 잎의 주맥이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 볼 수 있는 미코니아속() 식물과 비슷하게 생겼음을 말한다.

갈색 혹은 황갈색 수피는 세로로 길게 갈라지고 얇게 벗겨진다. 열매는 굳은씨열매(핵과), 붉은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 아래의 긴 씨방에서 9월부터 자라 10월이나 11월에 완전히 익는다. 길쭉하고 끝이 뾰족한 것이 꼭 육식 동물의 송곳니처럼 생겼는데, 그 길이는 1~1.5센티미터다.

칠자화는 빨리 자라는 속성수로 꽃과 꽃받침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데다 추위, 공해, 병충해 등에 강해 최근 관상수나 조경수로 점점 많이 보급되는 추세다. 번식은 파종과 꺾꽂이 모두 가능하다.


꽃봉오리. 무한꽃차례로 필 수 있는 한 2단, 3단으로 끊임없이 피어 올라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경우가 거의 없다. (사진 펌. 어디에서 펐는지는 기억이 안 남)


칠자화 잎
미코니아속(Miconia)  벨벳나무(Miconia calvescens) 잎 (사진 위키피디아에서 펌)


수피


성장한 꽃받침


열매
열매


칠자화 꽃꿀을 먹는 호랑나비
표범나비
표범나비와 호랑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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