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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의 영국(국화를 노래함)

나무입문 2019. 11. 7. 07:59


#영국 #국화를노래함 #백거이 #詠菊

국화를 노래함 _ 백거이

하룻밤 첫서리 기와에 얕게 쌓여
파초 처음 꺾이고 시든 연잎 기울었다.
추위 견디는 것은 동쪽 울타리 국화뿐.
금빛 꽃 갓 피어 새벽 더욱 청향하다.

詠菊 _ 白居易 (영국 _ 백거이)

一夜新霜著瓦輕 (일야신상착와경)
芭蕉新折敗荷傾 (파초신절패하경)
耐寒唯有東籬菊 (내한유유동리국)
金粟初開曉更清 (금속초개효갱청)

*일야(一夜) : 하룻밤
*신상(新霜) : 첫서리
*착(著) : 여기서는 두드러질 저가 아니라 쌓을 착, 붙을 착.
*신(新) : 처음 신. 新折은 그해 처음으로 꺾임.
*패하(敗荷) : 시들거나 찢어진 연잎
*동리국(東籬菊) : 동쪽 울타리 밑의 국화.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에서 나온 시어.
*금속(金粟) : 금빛 조. 노란 국화꽃을 가리킴. 금빛 꽃술로 해석하기도 한다.
*초개(初開) : 처음 피어남.
*청(清) : ‘맑을 청’으로서 청향(淸香)하다는 뜻.

※ 칠언절구로서 총 4구 중 1, 2, 4구 끝의 輕, 傾, 清이 운자다. 마지막 구가 金粟花開暁更清으로 소개된 책도 있다. 본래의 출전은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온다.
그런데 송대의 구양수도 이와 비슷한 시를 지었다. 백거이는 중당(中唐) 시대 시인이고 구양수는 송대 시인이니 둘 중 누가 표절했다면 구양수가 아니겠는가. 더욱이 구양수는 金粟을 金蕊(금예)라고 하는 해석 같은 말을 썼고, 제목이 시 내용과 맞지 않다.

霜 _ 欧陽修 (서리 _ 구양수)

一夜新霜著瓦輕 (일야신상착와경)
芭蕉心折敗荷傾 (파초심절패하경)
奈寒惟有東籬菊 (내한유유동리국)
金蕊繁開曉更清 (금예번개효갱청)

하룻밤 첫서리 기와에 얕게 쌓여
파초 꺾이고 시든 연잎 기울었다.
어찌 추위에 동쪽 울타리 국화뿐인가.
금술 무성히 열어 새벽 더욱 청향하다.

*금예(金蕊) : 금빛 꽃술
*심(心) : 중심, 줄기의 고갱이(속). 心折은 마음이 꺾이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그게 아닌 듯. 연잎과 달리 파초만 의인화하는 것은 이상하다.

※ 한시에서는 대구가 중요하다. 대구법을 사용하지 않은 한시는 한시가 아니라고 한다. 약간 내린 서리, 그런 서리에 시들고 기울어진 파초와 연잎이 대구를 이룬다. 輕霜과 折傾. 다른 것들은 이울었지만 국화는 이제 막 꽃봉오리를 열었다. 이런 대조와 대구, 아득한 시공감. 바로 한시의 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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