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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류록 도입부

나무입문 2019. 11. 10. 22:53
#김종직 #유두류록 도입부

모는 영남에서 나고 자랐으니 두류산(지리산)은 바로 내 고향 산인데, 남북으로 나아가 벼슬하며 세속에 골몰해 나이 사십이 되도록 아직 한 번도 유람하지 못했노라. (某生長嶺南 頭流 乃吾鄕之山也, 而遊䆠南北 塵埃汨沒 年齒已四十 尙不得一遊焉。모생장영남 두류 내오향지산야, 이유환남북 진애골몰 연치이사십 상부득일유언.)
※ 某(모): 자기의 겸칭. 遊䆠(유환): 타향에서 떠돌며 벼슬살이하는 것. 塵埃(진애): 먼지와 티끌, 세속. 年齒(연치): 살아온 햇수, 나이의 높임말.

신묘년(1471) 봄에 벼슬을 얻어 함양에 내려갔더니 두류산이 바로 그 경계 안에 매우 높고 우뚝하며 푸르디푸른 모습으로 있어 눈만 들면 보였지만, 흉년에 백성의 일과 서류 처리에 바빠 거의 2년 동안 또 감히 유람 한 번 하지 못했으니! (辛卯春 持左符于咸陽 頭流在其封內 嵬然蒼翠 擧眼斯得, 而㐫年民事 簿書倥偬 殆二期 又不敢一遊焉。신묘춘 지좌부우함양 두류재기봉내 외연창취 거안사득, 이흉년민사 부서공총 태이기 우불감일유언.)
※ 左符(좌부): 병부(兵符)의 왼쪽 조각. 封內(봉내): 지경(땅의 경계) 안. 嵬然(규연): 높고 우뚝함. 蒼翠(창취): 싱싱하게 푸름. 斯(사): 이, 이것. 모두. 倥偬(공총): 일이 많아 바쁨(바쁠 공, 바쁠 총). 殆(태): 거의.

매번 유극기, 임정숙과 함께 이 일을 이야기하며 마음이 찜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每與兪克己林貞叔語此 未甞不介介于懷。매여유극기임정숙어차 미상불개개우회)
※ 未甞(미상): ~하지 않은 적이 없다. 일찍이 ~이 없다. 介介(개개): 마음에 걸린 상태. 현대적 해석은 찜찜하다. 于(우): ~에서, ~을 향해.

올해 여름 조태허가 관동으로부터 나에게 와 ≪예기≫를 읽고, 가을이 되어 장차 (부모님 계신) 집에 돌아가려 하면서 이 산을 유람하기 청했다. (今年夏 曺太虛 自關東來從余 讀禮 及秋 將返于庭闈 而求遊玆山。금년하 조태허 자관동래종여 독예, 내추 장반우정위, 이구유자산.)
※ 自(자): ~부터, ~에서. 從(종): ~을 향해. 及(내): 비로소, 바로, 이에 (두 가지 일이 시간순서, 원인과 결과로 이어질 때). 庭闈(정위): 부모의 거처나 부모. 玆(자): 이, 여기.

나도 생각해보니, 파리함이 날로 더하고 다리의 힘이 더욱 쇠해지는 터라 올해 유람하지 못하면 내년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余亦念 羸瘵日增 脚力益衰 今年不遊 則明年難卜。여역념 이채일증 각력익쇠 금년불유 즉명년난복.)
※ 羸瘵(이채): 파리한 증세, 약한 증세.

더구나 때는 바야흐로 추석이라 음침한 흙비가 이미 개어, 보름날 밤에 천왕봉에서 달을 구경하며 즐기고, 닭이 울 때 일출을 보고, 다음 날 아침에 또 사방을 두루 본다면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으니 마침내 유람하기로 결정했다. (况時方仲秋 霒霾已霽 三五之夜翫月於天王峯 鷄鳴觀日出 明朝又周覽四方 可一擧而兼得 遂決策遊焉。황시방중추 음매이제 삼오지야완월어천왕봉 계명관일출 명조우주람사방 가일거이겸득 수결책유언.)
※ 况(황): 더구나, 더욱이, 하물며. 方(방): 마침, 바야흐로. 三五(삼오): 15일, 즉 보름. 翫月(완월): 달구경, 달을 구경하며 즐김. 遂(수): 마침내, 드디어. 決策(결책): 계책을 결정하다. 焉(언): 也(야)보다는 감정이 실리거나,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고는 극기에게 태허와 함께 ≪수친서≫에서 말한 유산구(산행 도구)를 준비하게 했고, 그 휴대하는 것에서 더하고 뺌이 약간 있었다. (乃邀克己共太虛 按壽親書所云遊山具 稍增損其所賫。내요극기공태허 안수친서소운유산구 초증손기소재)
※ 邀(요): 요구하다, 맞다, 부르다. 賫(재): 휴대하다, 휴대물.

14일 무인날에 덕봉사 승려 해공이 와 길을 이끌게 했고, 한백원이 따라가기를 청했다. (十四日戊寅 德峯寺僧解空來 使爲鄕導 韓百源請從。십사일무인 덕봉사승해공래 사위향도 한백원청종.)
※ 鄕導(향도): 嚮導(향도). 길을 이끔.

마침내 엄천을 지나 화암에서 쉴 때 승려 법종이 뒤따라와 도착했는데, 그 겪은 바를 물어보니 길의 막힘과 꺾임이 자못 상세했다. (遂歷嚴川 憩于花巖 僧法宗尾至 問其所歷 阻折頗詳。수역엄천 게우화암 승법종미지 문기소력 조절파상.)
※ 尾(미): 뒤따르다.

그 또한 인도해 가게 해 지장사에 이르니 길이 갈림길이었다. (亦令導行至地藏寺 路岐。역령도행지지장사 노기.)

말을 버린 뒤 미투리를 신고 지팡이를 짚으며 오르는데, 숲 골짜기가 아주 깊어 벌써 경치가 매우 빼어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舍馬著芒鞋 策杖而登 林壑幽窅 已覺勝絶。사마착망혜 책장이등 임학유요 이각승절.)
※ 芒鞋(망혜): 짚신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은 미투리다. 策杖(책장): 지팡이를 짚다. 幽窅(유요): 아주 깊다. 勝絕(승절): 경치가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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