菊花 _ 唐寅 (국화 _ 당인)
故園三徑吐幽叢 (고원삼경토유총)
一夜玄霜墜碧空 (일야현상추벽공)
多少天涯未歸客 (다소천애미귀객)
盡借籬落看秋風 (진차이락간추풍)
고향의 뜰은 무성한 수풀로 뒤덮였고
한 밤에 잿빛 서리 푸른 하늘에서 내린다.
먼 타향에서 돌아가지 못하는 몇몇 나그네
다만 울 밑의 국화 빌려 가을바람을 보네.
*故園(고원): 옛 동산. 고향.
*三徑(삼경): 정원 안의 좁은 세 길. 그윽한 뜰.
*幽叢(유총): 깊고 어둡게 우거진 숲.
*玄霜(현상): 도교의 선약(仙藥) 중 하나. 연상(鉛霜)이라고도 한다. 玄霜은 鉛霜과 같으니 검은 서리가 아니라 납빛(잿빛) 서리일 것이다.
*天涯(천애): 하늘 끝의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여기서는 멀리 떨어진 타향이다.
*盡(진): 다만 ~뿐, 비록 ~하여도, 모두, 지극히
*籬落(이락): 울타리. 울타리 리 籬, 울타리 락 落.
※ 당인(唐寅)은 명대의 화가이자 문장가. 이 한시는 칠언절구(7자4행)로서 1, 2, 4구의 叢(총), 空(공), 風(풍)이 운이다. 시에서 籬落(이락, 울타리)은 이국(籬菊), 즉 울타리 밑에 핀 국화다. 국화가 흔들리는 것으로 가을바람을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