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105

오갈피나무와 가시오갈피

오갈피나무는 인삼처럼 만병통치의 약재로 쓰인다. 오갈피나무보다 약성이 좋은 것이 가시오갈피다. 인삼보다 몸에 좋다고 하니까 야생으로 자라는 것은 씨가 거의 말랐다. 멸종 위기 2급으로 지정된 나무다. 을 준비하면서 이 나무를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았다. 열매를 촬영해야 하는데, 해마다 꽃이 달렸던 가지를 잘라버리는 것이다. 가지치기를 했다. 이제 괜히 마음을 쓸 필요가 없다. 나는 오늘에야 알았다. 가시오갈피는 암수딴그루 또는 암수한그루다. 암수한그루는 암수갖춘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만, 수나무에서 그럴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에 수록될 그 나무는 가시오갈피 수나무였다! 줄기에 가시가 거의 없는 오갈피나무와 달리 가시오갈피는 가시 투성이다. 꽃과 열매에서도 차이가 있다. 오갈피나무는 꽃자루(나..

자연/나무 2019.08.24

나도밤나무, 너도밤나무

참나뭇과 나무는 단단하고 무겁다. 옛날 시골 집 외양간 옆에 가느다란 밤나무 막대기가 세워져 있었다. 그것을 마당에 놓아 기르던 암탉이 건드렸는지, 아무튼 밤나무 막대기가 쓰러져 닭발을 때렸다. 암탉이 꽥꽥 비명을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고는 잘 걷지 못했다. 밤나무 막대기에 맞아 발가락이 부러져버린 것이었다. 그렇다. 참나뭇과 나무는. 나도밤나무와 너도밤나무는 밤나무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 그런 이름을 얻었다. 잎 생김새가 약간 비슷하다. 나도밤나무(Meliosma myriantha)는 이름과 달리 밤나무 집안에 들지 않는다. 나도밤나뭇과로 분가해 산다. 기온이 따뜻한 남부 지방, 중부 해안에 자생한다. 구슬 같은 붉은 열매가 볼 만하다. 일본에서는 아와부키(泡吹, 포취)라 한다. 가지를 잘라 불태..

자연/나무 2019.08.24

포도와 머루

포도와 머루의 가장 큰 차이는 열매 크기다. 포도는 크고 머루는 작다. 인간 손에 개량되기 전의 야생 포도도 머루보다 컸다. 또 다른 차이라면 포도나무는 암수한꽃을 피우는 암수한그루이고 머루는 암수가 따로 있는 암수딴그루라는 것이다. 포도나무는 오랜 세월 과수로 재배되면서 암꽃을 피우는 암나무만이 살아남았다. 원래 포도나무에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었지만, 인간에게 꽃만 피우고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는 필요 없었다. 포도나무 번식은 굳이 파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꺾꽂이나 휘묻이로 하면 그만이다. 포도나무는 인간이라는 생물에게 자주권을 침해당했다. 스스로 번식할 기회를 인간이 박탈했다. 포도나무 암나무는 오랫동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생각했다. 다른 생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기 힘으로 후대를 이어갈 ..

자연/나무 2019.08.23

참나무 쉽게 구분하기

나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여러 참나무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참나무는 상수리나무로 특정해놓았다. 하지만 식물학자나 아마추어 식물학자는 참나뭇과에 속하는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6종을 참나무라 한다. 나무가 단단하고, 무겁고, 화력이 좋아 참나무라는 통칭을 얻게 되었다. 참나뭇과에는 밤나무, 너도밤나무,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도 포함된다. 나도밤나무는 너도밤나무와 달리 참나뭇과가 아니라 나도밤나뭇과다. 나도밤나뭇과에는 합다리나무가 더 있다. 참나무를 구분하기 전에 그 나무들을 외우는 순서가 중요하다. 떡신갈상굴졸. 나는 이렇게 외운다. 떡-떡갈나무, 신-신갈나무, 갈-갈참나무, 상-상..

자연/나무 2019.08.23

까마귀베개

나무에 관한 글을 여기에 써보기로 했다. 첫 이야기는 까마귀베개다. 까마귀베개. 꽃은 초라해도 열매는 화려하다. 꽃보다 작은 열매를 맺는 식물이 어디 있으랴. 함께하는 힘은 저토록 아름답고 강하다. 9월에 접어들면 열매가 빨갛게 변하고 더러 검은색으로 완전히 익기도 할 것이다. 열매 과육을 벗겨 맛을 봤다. 과육이랄 것도 없다. 길쭉하면서 약간 휘어지고 움푹 꺼진 단단한 씨앗을 얇은 껍질이 둘러싸고 있는 느낌. 과육이 없다시피 해 아무 맛을 못 느꼈다. 아직 열매가 덜 자라 그런지도 모른다. 열매 크기는 캡슐 약보다 작다. 남부 지방(주로 전라도), 제주도에 자생하는 까마귀베개는 머지않아 조경수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나무를 찾는 사람이 많다. 이름은 열매가 까마귀처럼 까맣게 익는다고 ..

자연/나무 201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