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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뇌

에서 이탈리아 식물학자 스테파노 만쿠소의 주요 주장은 바로 이것이다. 식물은 시각, 후각, 미각, 촉각, 청각이라는 오감을 지닌 데다 인간에게는 없는 열다섯 가지 감각을 가졌다. 식물의 세포는 인지 기능(cognitive function)과 신체 기능(physiological function)을 동시에 수행한다. 식물 세포는 그 자체가 감각기관이자 운동기관이다. “어린뿌리의 말단은 매우 민감해서, 인접한 다른 부분 운동을 지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물의 어린뿌리는 하등동물의 뇌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뇌는 몸의 맨 앞부분에 자리 잡고 있어서, 여러 감각기관으로부터 자극을 받아들여 다양한 운동을 지시한다. (It is hardly an exaggeration to say that the tip of..

2019.10.15

비목나무

충청 이남 기후가 따스한 남부 지방에 자라는 낙엽 활엽 떨기나무(관목) 또는 작은큰키나무(소교목)다. 높이 5미터쯤 자란다. 암꽃과 수꽃이 암나무와 수나무에서 따로 피는 암수딴그루다. 꽃은 4~5월에 노랗게 피고, 열매는 10월에 붉게 익는다. 비목나무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나무가 단단해 실제 비목(碑木)으로 쓰인 데서 나왔다는 것, 다른 하나는 백목(白木)이라는 한자 이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나무껍질이 하얘 백목이라 했다고 한다. 두 가지 설 모두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목(碑木) 설은 고대 중국의 장례 문화와 천자의 관까지 거슬러 올라가 근거를 따진다. 비목나무 줄기 껍질은 희지 않다. 한자 이름 백목은 변재(邊材) 목질부가 하얀 데서 나온 것 같다. 목재가 흰색이기 때문..

자연/나무 2019.10.14

순의철손

사순의철손자 소불인야(使鶉衣啜飧者 所不忍也) -가난한 백성에게 차마 못할 짓이다 증봉(甑峯)을 지나 습지 평원에 이르렀을 때 길을 마주한 단풍나무가 있었는데, 문틀 모양으로 굽었기에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고개를 숙이거나 등을 구부리지 않았다. (歷甑峯 抵沮洳原 有楓樹當徑 屈曲狀棖闑由 之出者 皆不俛僂。역증봉 저저여원 유풍수당경 굴곡상정얼유 지출자 개불부루.) 평원은 산등성이에 있는데도 5, 6리쯤 편평하게 트여 수풀이 우거졌고 샘물이 휘돌아 흘러가 농사지어 먹고살 만했다. (原在山之脊也而 夷曠可五六里 林藪蕃茂 水泉縈廻 可以 耕而食也。원재산지척야이 이광가오륙리 임수번무 수천영회 가이 경이식야.) 계류 위쪽에 몇 칸 되는 초막이 보였는데, 섶나무 울타리를 둘렀고 흙구들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병영에서 매를 ..

등산 2019.10.11

오민내하

소년대 | 사진: 류정자(c) 오민내하(吾民奈何) -우리 백성들은 어찌하겠습니까? 봉우리 곁에 있는 소년대(少年臺)는 푸른 절벽이 만 길이다. 이른바 ‘소년’이란 아마 (신라 화랑) 영랑(永郞)의 무리일 것이다. 돌 모서리를 안고 아래를 살펴보았더니 추락할 것만 같았다. 따르는 자들에게 한옆으로 다가가지 말라고 일렀다. (少年臺 在峯側 蒼壁萬尋。所謂少年 豈永郞之徒歟。余抱石角 下窺 若將墜也。戒從者 勿近傍側。소년대 재봉측 창벽만심. 소위소년 기영랑지도여. 여포석각 하규 약장추야. 계종자 물근방측.) 그때 구름과 안개가 흩어져 사라지고 햇살이 내리비치자 산 동서 계곡이 확 트였다. 그곳을 바라보니 잡목은 없고 모두 구상나무, 전나무, 소나무, 녹나무였는데, 말라 죽어 뼈만 남아 서 있는 나무가 삼분의 일을 차..

등산 2019.10.11

요곽소삼 불사구일

조선 초기 성리학자이자 영남학파의 시조 점필재(佔畢齋) 김종직(金宗直)은 경남 밀양 출신이다. 그렇기에 그는 지리산을 고향의 산으로 여겼다. 김종직이 함양 군수로 지내던 성종 2년(1471) 추석에 조태허, 유극기, 한태원, 해공, 법종, 옥곤, 용산 등 친구, 승려, 구실아치(벼슬아치 밑에서 일을 보던 사람)와 함께 지리산을 올랐다. 천왕봉까지 다녀온 뒤 기행문 을 남겼다. 다음은 그 글의 한 토막이다. (지리산) 유람에 나선 지 겨우 닷새 만에 생각 정신 외모가 매우 넓어지고 쓸쓸해진 것을 갑자기 깨달았으니, 처자와 구실아치들이 나를 볼 때도 지난날과 같지 않으리라. 出遊纔五日 而頓覺胷次神觀 寥廓蕭森, 雖妻孥吏胥視我 亦不似舊日矣。( 출유재오일 이돈각흉차신관 요곽소삼, 수처노이서시아 역불사구일의。) 흉..

등산 2019.10.08

코스모스

코스모스는 단일식물(短日植物)이라고 한다. 단일식물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꽃눈을 형성하기 위해 일조 시간이 일정 기간 이하가 되어야 하는 식물”이다. 일조 시간이 12시간 이하면 단일, 12시간 이상이면 장일(長日)로 분류한다. 식물은 우리 인간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신비한 능력을 더 지니고 있을 테지만, 꽃을 피워야 하는 때를 일조 시간과 온도로 감지한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코스모스는 일장(日長) 10~12시간이 되어야 꽃이 핀다. 12~14시간에 피는 것도 있다. 14시간 이상이면 꽃눈 생성이 억제된다. 여기서 일장은 낮 길이를 말한다. “태양 광선이 구름이나 안개로 가려지지 않고 땅 위에 비친 일조 시간"이 아니다. 일본 식물학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쓴..

자연/풀 2019.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