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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류록

유두류록(遊頭流錄) _ 점필재 김종직 [일러두기] 옛 한문은 ‘…한데’, ‘…하니’라고 옮길 수밖에 없는 게 많이 나옵니다. 그런 글이 잇따를 때는 하나의 문장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또 글이 잘 읽히도록 약간 다듬었음을 밝혀 둡니다. 원문의 뜻과 정신은 해치지는 않았습니다. 모(某, 자기의 겸칭)는 영남에서 나고 자랐으니 두류산(頭流山)은 바로 내 고향 산인데, 남북으로 나아가 벼슬하며 세속에 골몰해 나이 사십이 넘도록 아직 한 번도 유람하지 못했노라. 신묘년(辛卯年, 1471) 봄에 관직을 받아 함양에 내려갔더니 두류산이 그 경계 안에 매우 높고 우뚝하면서 싱싱하게 푸른 모습으로 있어 눈만 들면 다 보였지만, 흉년에 백성의 일과 서류 처리에 바빠 거의 이 년 동안 또 감히 유람 한 번 할 수 없었으니!..

번역 2019.12.09

등고

#등고 #두보 #요도신정탁주배 登高 _ 杜甫 (높은 곳에 올라 _ 두보) 風急天高猿嘯哀 (풍급천고원소애) 渚淸沙白鳥飛廻 (저청사백조비회) 無邊落木蕭蕭下 (무변낙목소소하) 不盡長江滾滾來 (부진장강곤곤래) 萬里悲秋常作客 (만리비추상작객) 百年多病獨登臺 (백년다병독등대) 艱難苦恨繁霜鬢 (간난고한번상빈) 燎倒新停濁酒杯 (요도신정탁주배) 바람 빠르고 하늘 높고 원숭이 울음 애처로운데 물가 맑고 모래톱 희고 새가 날아서 돈다. 나무에서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은 끝이 없고 굽이치며 흘러 오는 장강은 끊이지 않는구나. 만리 땅 슬픈 가을에 늘 나그네 신세 백년 병 많은 몸 홀로 높은 대를 올랐네. 간난은 괴롭고 서리 앉은 귀밑머리 늘어 한스러운데 화톳불 이울어 새로이 흐린 술 잔 멈추었노라. *無邊(무변): 가없음, 끝..

번역 2019.11.16

곰작, 꼼짝, 굼적, 꿈쩍

#곰작 #꼼짝 #굼적 #꿈쩍 눈 하나 꿈쩍 않다. 눈도 꿈쩍 않다. 눈 하나 꿈쩍하지 않다. 눈도 꿈쩍하지 않다. 눈 하나 꿈쩍없다. 눈도 꿈쩍없다. 어느 것을 골라 쓸까? “꼼짝 마.” “꼼짝 안 한다.” “꼼짝 못 한다.” 이럴 때 쓰는 꼼짝이라는 부사. 국어사전에서 뜻을 찾아보면 “몸을 둔하고 느리게 조금 움직이는 모양”이다. 이에 근거해 “꼼짝 마.”의 뜻을 풀이하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마라.’는 것이다. “눈 하나 꿈쩍 않다.” 얼핏 틀린 표현 같지만, 맞다. “눈 하나도 꿈쩍 않다.” 이것도 맞다. 그 많은 신체 부위 가운데 저절로 깜박이는 눈이 둔하고 느리게라도 움직이지 않을 만큼 요지부동하거나 담대하다는 것이다. * 곰작, 꼼짝, 굼적, 꿈쩍 : 몸을 둔하고 느리게..

편집 2019.11.15

여선인거

여선인거(與善人居)는 성품이 좋고 덕이 많은 사람과 교우하는 것을 말한다. 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 久而不聞其香 卽與之化矣。(여선인거 여입지란지실 구이불문기향 즉여지화의) 좋은 사람과 함께 살면 지초와 난초의 방에 드는 것과 같아서 오래도록 그 향기를 맡지 못해도 곧 이루어짐을 같이하게 된다. -왕숙(王肃), 《공자가어(孔子家語)》 ※ 이것은 직역이다. *久而(구이): 오랫동안, 오래도록. 而는 久(오랠 구), 已(이미 이), 旣(이미 기) 등의 시간사 뒤에 쓰여 已而(이이, 오래지 않아), 旣而(기이, 오래지 않아), 始而(시이, 비로소), 繼而(계이, 이어서) 등으로 쓰인다. *聞(문): ‘듣다’는 뜻으로 가장 많이 쓰이지만, ‘(냄새를)맡다’는 뜻을 지녔다. *卽(즉): 바로, 곧. 여기서는 곧 즉(則..

번역 2019.11.13

가장, 최고

#가장 "가장 ~한 것들 중 하나다." 영어 직역의 문장, 또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올리버바다뱀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들 중 하나예요." (영어 번역가분들 제발 이렇게 번역한 원고 주지 마세요.) 무슨 뜻인지는 알겠으나 틀린 문장이다. 우리말에서 가장은 최고와 같은 뜻으로 단 하나의 무엇을 가리킨다. "올리버바다뱀은 세계를 통틀어 매우 위험하다고 손꼽히는 동물들 가운데 하나예요." 이러면 될까?

편집 2019.11.13

유두류록 도입부

#김종직 #유두류록 도입부 모는 영남에서 나고 자랐으니 두류산(지리산)은 바로 내 고향 산인데, 남북으로 나아가 벼슬하며 세속에 골몰해 나이 사십이 되도록 아직 한 번도 유람하지 못했노라. (某生長嶺南 頭流 乃吾鄕之山也, 而遊䆠南北 塵埃汨沒 年齒已四十 尙不得一遊焉。모생장영남 두류 내오향지산야, 이유환남북 진애골몰 연치이사십 상부득일유언.) ※ 某(모): 자기의 겸칭. 遊䆠(유환): 타향에서 떠돌며 벼슬살이하는 것. 塵埃(진애): 먼지와 티끌, 세속. 年齒(연치): 살아온 햇수, 나이의 높임말. 신묘년(1471) 봄에 벼슬을 얻어 함양에 내려갔더니 두류산이 바로 그 경계 안에 매우 높고 우뚝하며 푸르디푸른 모습으로 있어 눈만 들면 보였지만, 흉년에 백성의 일과 서류 처리에 바빠 거의 2년 동안 또 감히 유..

번역 2019.11.10

소년 M의 임진강

#임진강 #림진강 #조국통일 #영화박치기 ※영화 의 모티프가 된 ≪소년 M의 임진강≫ 중에서 …… 나 자신은 평화로운 시대의 일본이란 나라에 사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면서, 사실은 교토에 계속되는 중학생끼리의 작은 전쟁 같은 싸움질을 없애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늘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주는 하라다(原田) 선생님과 상담해보았습니다. 그것은 조선중학교와 내가 다니는 쓰키노와(月輪) 중학교에서 축구 경기를 열어 서로 건강한 땀을 흘리며 스포츠로 싸우는 것으로 서로 이해를 증진하고, 친구로 사귀어 보자는 계획이었습니다. 하라다 선생님은 “그거 훌륭한 생각이야. 그렇지만 어른인 우리가 빠지고 너희 중학생들끼리 해보는 쪽이 가장 이상적이니까, 시합 신청은 너희가 해보렴. 학교 운동장 사용 허락은 나한테..

번역 2019.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