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105

참쑥이란

"아주머니, 참쑥 아세요?" 쑥 사진을 찍다가 나물을 뜯어 오는 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알지. 이렇게 줄기가 하얗고 통통한 게 참쑥이야. 꼭 하얗지 않고 갈색이 나는 것도 있지만, 보통은 하얘. 냄새를 맡아보면 향이 참 좋아." 아주머니는 참쑥이라는 것의 부드러운 윗부분을 댕강댕강 꺾어 보였다. 또 밭에서 일하는 한 아주머니에게 그 밭에 난 쑥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주머니, 이거 참쑥 아니고 그냥 쑥 같은데 맞나요?" "아녜요. 참쑥이에요." 아주머니들은 좋은 쑥을 참쑥이라 하는 듯하다. 맞다. 참쑥은 쑥 중에 진짜 좋은 쑥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들 쑥보다 향이 더 많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딱 집어 이것이 참쑥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인가. 학명이 아르테미시아 프린셉스(Ar..

자연/풀 2021.06.10

그늘쑥과 산쑥

그늘쑥(Artemisia sylvatica)은 산지에서 볼 수 있는 쑥이다. 중간쯤 자란 그늘쑥의 잎은 제법 크고 열편(잎조각)이 가지처럼 크게 나누어진다. 잎에 힘이 없다. 주로 그늘에서 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에서도 그늘쑥을 음지호(阴地蒿, 陰地蒿)라 한다. 일본에서는 숲에 자란다고 모리요모기(森蓬, 삼봉)라 한다. 산쑥(Artemisia montana) 또한 산에서 볼 수 있는 쑥이다. 이 쑥은 잎이 길쭉하고 크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오오요모기(大蓬, 대봉)라 부르기도 한다. 각 잎조각은 타원형 내지 피침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무엇을 찌르려는 공격적인 기세가 느껴진다.

자연/풀 2021.06.09

사자발쑥과 사재발쑥

강화도에서 많이 나는 사자발쑥은 본래 이름이 사재발쑥이다. 국어사전에 사재발쑥으로 나온다. ≪동의보감≫에도 약쑥으로서 艾葉(애엽, 쑥 잎)을 ᄉᆞᄌᆞㅣ빌ㅂㅅㅜ ㄱ(사재빌쑥)이라 했다. 이는 '사자의발쑥'이라는 뜻이다. 잎이 사자 발을 닮았다고 사재발쑥이다. 사재발쑥은 강화도에서만 나는 특산 쑥이 아니다. 전국에 분포하지만 강화도만큼 흔하지 않을 뿐이다. 사재발쑥은 쑥(Artemisia princeps)의 변종으로 보인다. 학명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옛날부터 쑥의 한 종류, 특히 약쑥으로 취급되었다.

자연/풀 2021.06.09

뺑쑥의 반전

쑥은 전 세계에 약 500종이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재된 자생 쑥, 그러니까 아르테미시아(Artemisia)속 식물은 40종이다. 가는잎쑥, 개똥쑥, 개사철쑥, 갯제비쑥, 구와쑥, 국화잎쑥, 그늘쑥, 금강쑥, 금쑥, 넓은잎쑥, 넓은잎외잎쑥, 더위지기, 덤불쑥, 맑은대쑥, 명천쑥, 물쑥, 비단쑥, 비쑥, 뺑쑥, 사철쑥, 산개쑥, 산쑥, 산흰쑥, 섬쑥, 실제비쑥, 쑥, 애기비쑥, 외잎물쑥, 외잎쑥, 율무쑥, 제비쑥, 좀황해쑥, 증산쑥, 참쑥, 큰비쑥, 털비쑥, 털산쑥, 황해쑥, 흰산쑥, 흰쑥. 또 목록에 빠진 사재발쑥(사자발쑥), 싸주아리쑥이란 것도 있다. 보통 사람이 이 모두를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쑥의 한가지라는 것은 몇몇 특이한 종을 빼고는 알지 않을까. 특유의 향, 잎 뒷면..

자연/풀 2021.06.09

엉겅퀴와 조뱅이

“大小薊 (大대薊계ᄂᆞᆫ 한거싀 小쇼薊계ᄂᆞᆫ 조방거싀) 取汁服之. 한거싀와 조방거싀와 즛두드려 ㅂㅈㅗㄴ 므를 머그라.” 조선 성종 때 간행된 의서 ≪구급간이방언해(救急簡易方諺解)≫ 3권, 에 이렇게 쓰여 있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올 때 “엉겅퀴와 조뱅이 (뿌리)를 짓두드려 짠 물을 먹으라.”는 것이다. 한자어로 엉겅퀴는 대계(大薊), 조뱅이는 소계(小薊)라 한다. 薊는 잎의 가시를 말한다. 엉겅퀴는 잎 가장자리 가시가 커서 한거싀(큰가시), 조뱅이는 잎 가장자리 가시가 작아 조방거싀(작은가시)라 했다. 조선 세종 때 간행된 ≪향약채취월령(郷藥採取月令)≫에도 엉겅퀴와 조뱅이가 나온다. 이 책의 원본은 없다. 여러 필사본만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에 언어학자인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가 식물학자 시라이 ..

자연/풀 2021.06.06

큰앵초와 털큰앵초

사람들이 산에 가서 사진을 찍어 온 큰앵초의 꽃자루에는 털이 있다. 물론 잎자루에도 그런 털이 있을 것이다.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 근거했는지 사람들은 이 앵초를 큰앵초라 한다. 꽃자루와 잎자루의 털이 짧고 듬성하면 큰앵초라 하고, 제법 길고 촘촘하면 털큰앵초라 한다. 털큰앵초는 큰앵초의 변종이다. 아고산 내지 고산 식물답게 털을 지녔다. 그런데 일본에서 털큰앵초(エゾオオサクラソウ, 蝦夷大桜草, 에조오오사쿠라소)라 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악산 등에서 보았다는 큰앵초다. 일본의 털큰앵초는 국생정 식물도감에 실려 있는 사진과 똑같다. 분류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털이 어느 정도까지 있어야 털앵초인지 기준도 모호하다. 털큰앵초는 큰앵초에 통합되어야 마땅하다. 앵초속 식물은 단화주화(短花柱花, 암술대가 짧..

자연/풀 2021.06.04

양귀비, 아편

양귀비는 앵자속(罌子粟), 아부용( 阿芙蓉)이라고도 한다. 아편(阿片 아피엔, 鴉片 야피엔)은 어린 씨방에 상처를 내어 얻은 유액이 굳어진 것으로, 라틴어 오피움(opium)의 음역 한자어다. 에서는 설사, 탈항을 치료하고, 남자의 정기를 막을 수 있다(정액이 새지 않게 한다)고 했다. 속인들이 방중술에 쓴다고. 지금은 마취와 진통에 쓰이는 모르핀의 원료로 쓰이고, 마약인 헤로인으로까지 가공된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등에서 대량으로 재배된다.

자연/풀 2021.05.30

촉새

『동물』 되샛과의 새. 몸의 길이는 14cm 정도로 참새와 비슷하나 부리가 더 길고, 등은 갈색을 띤 황록색에 배는 누런색이고 가슴과 겨드랑이에는 갈색의 세로무늬가 있다. 야산의 숲속에 사는데 한국, 우수리강, 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청무, 호작. (Emberiza spodocephala) 촉새의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다. 언행이 가볍거나 방정맞은 사람을 촉새라고 한다는데, 촉새가 시끄럽게 조잘되어 이런 비유가 나왔다면 이해할 수 없다. 참새, 뱁새 등도 끊임없이 조잘댄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촉새는 그저 조용했다. 입이 참새나 뱁새보다 훨씬 크고 툭 튀어나왔다. 참새보다 커 보였다.

자연/새 2021.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