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105

꿀벌의 시계( 視界)

봄꽃이 세상을 화사하게 물들였다가 물러간 5~6월에는 풀과 나무에서 흰 꽃들이 핀다. 이때 흰 꽃은 여러 색깔로 피어난 전체 꽃 가운데 40~50퍼센트를 차지한다. 흰 꽃이 자주 눈에 띄어 으레 여름에는 식물들이 흰 꽃을 피운다고 여기기 쉽다. 여름에는 왜 흰 꽃이 많을까? 짙게 우거진 녹음 속에서 꽃가루받이에 도움을 주는 꿀벌의 눈에 잘 띄게 하려고 흰 꽃을 피우는 전략을 택한 식물이 많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꿀벌은 우리 사람처럼 흰색을 흰색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볼 수 있는 빛의 영역이 다르다. 사람은 적외선,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자외선 가운데 적외선과 자외선은 볼 수 없다. 꿀벌은 주황부터 자외선까지 볼 수 있다. 따라서 꿀벌에게 빨강은 볼 수 없는 색..

자연/곤충 2019.10.15

비목나무

충청 이남 기후가 따스한 남부 지방에 자라는 낙엽 활엽 떨기나무(관목) 또는 작은큰키나무(소교목)다. 높이 5미터쯤 자란다. 암꽃과 수꽃이 암나무와 수나무에서 따로 피는 암수딴그루다. 꽃은 4~5월에 노랗게 피고, 열매는 10월에 붉게 익는다. 비목나무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나무가 단단해 실제 비목(碑木)으로 쓰인 데서 나왔다는 것, 다른 하나는 백목(白木)이라는 한자 이름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나무껍질이 하얘 백목이라 했다고 한다. 두 가지 설 모두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목(碑木) 설은 고대 중국의 장례 문화와 천자의 관까지 거슬러 올라가 근거를 따진다. 비목나무 줄기 껍질은 희지 않다. 한자 이름 백목은 변재(邊材) 목질부가 하얀 데서 나온 것 같다. 목재가 흰색이기 때문..

자연/나무 2019.10.14

코스모스

코스모스는 단일식물(短日植物)이라고 한다. 단일식물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꽃눈을 형성하기 위해 일조 시간이 일정 기간 이하가 되어야 하는 식물”이다. 일조 시간이 12시간 이하면 단일, 12시간 이상이면 장일(長日)로 분류한다. 식물은 우리 인간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신비한 능력을 더 지니고 있을 테지만, 꽃을 피워야 하는 때를 일조 시간과 온도로 감지한다는 사실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코스모스는 일장(日長) 10~12시간이 되어야 꽃이 핀다. 12~14시간에 피는 것도 있다. 14시간 이상이면 꽃눈 생성이 억제된다. 여기서 일장은 낮 길이를 말한다. “태양 광선이 구름이나 안개로 가려지지 않고 땅 위에 비친 일조 시간"이 아니다. 일본 식물학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쓴..

자연/풀 2019.09.30

초피나무 암수한꽃

생각이 나서 다시 올려본다. 올해 5월 초 고향 산청에 갔을 때 찍은 것이다. 촌사람들이 제피라고 하는 초피를 어릴 적부터 더러 봤지만 꽃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수목도감을 보면 초피는 암수딴그루로 되어 있다. 암나무와 수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을 각자 피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보는 잘못되었다. 초피나무꽃을 살펴보니 그 꽃이 암수한꽃이 아닌가. 분명 암술이 수술 한가운데 있다. 짧은 암술대도 보인다. 초피나무 또한 산초나무처럼 암나무, 수나무, 암수한꽃을 피우는 암수한그루가 있다. 올가을 산청에 가면 초피나무 열매를 볼 수 있을까. 나무에서 가장 값어치가 있는 것이 열매껍질이다. 나무 그 자체를 단술을 골 때 넣기도 하고 여린 잎을 개떡에 넣어 먹기도 하지만, 김치나 초고추장 등에는 이 열매껍질을 빻아 ..

자연/나무 2019.09.24

까막딱따구리

천연기념물 242호. 귀한 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새 사진을 전문으로 찍으려면 화소가 높은 카메라와 좋은 망원렌즈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저 식물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가 운 좋게 새가 가까이 있을 때 찍어보는 정도다. 새와 식물은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 특히 나무와 새는 공생 관계라 할 수 있다. 새는 나무에 해로운 벌레를 잡아먹는다. 나무는 새에게 열매를 내어준다. 그 열매를 먹은 새는 소화하지 못한 씨앗을 다른 곳에 가서 똥과 함께 땅에 배설한다. 나무는 그렇게 새의 도움으로 후손을 퍼뜨린다.

자연/새 2019.09.23

못 찾겠다 꾀꼬리

翩翩黃鳥 (편편황조) 雌雄相依 (자웅상의) 念我之獨 (염아지독) 誰其與歸 (수기여귀) 펄펄 나는 저 꾀꼬리 암수 서로 의지하네. 외로운 나를 생각하노니 그 뉘와 함께 돌아갈까. 너무나 잘 알려진 다. 고구려 유리왕이 지었다고 전한다. 시의 배경이 되는 화희(禾姬), 치희(稚姬), 유리왕의 치정에 관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내 의문은 과연 유리왕이 한 쌍의 꾀꼬리가 다정히 노는 것을 보았을까다. 꾀꼬리는 여름 철새로, 성질이 매우 민감하다. "호이호 호이휘호." 꾀꼬리 울음소리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지만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자신이 사람의 눈에 띈다 싶으면 냅다 도망가버린다. 옛사람들의 시가에 꾀꼬리가 많이 등장한다.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그려 놓았다. 옛날에는 꾀꼬리가 사람을 겁내지 않았을 ..

자연/새 201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