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105

병꽃나무, 골병꽃나무, 붉은병꽃나무, 소영도리나무 구분

병꽃나무(Weigela subsessilis)는 알아보기 쉽다. 꽃이 처음에는 녹황색이었다가 사나흘이 지나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그 두 가지 색의 꽃이 함께 달려 있다. 꽃받침은 가늘면서 밑까지 완전히 갈라졌다. 골병꽃나무(Weigela hortensis)는 꽃 색깔이 밝은 적자색이고, 꽃받침이 병꽃나무처럼 밑까지 완전히 갈라졌다. 붉은병꽃나무(Weigela florida)는 꽃 색깔이 적자색 또는 자홍색이다. 꽃받침이 완전히 갈라지지 않고 중간까지 갈라지면서 다섯 갈래의 꽃받침조각 길이가 서로 거의 같다. 소영도리나무(Weigela praecox)는 꽃 색깔이 적자색 또는 자홍색이고, 꽃받침이 붉은병꽃나무처럼 중간까지 갈라지면서 꽃받침조각 길이가 들쭉날쭉 불규칙하다. 이런 특징만으로 대표적인 병..

자연/나무 2020.01.28

고련수와 검은 매화

苦楝樹接梅 則開黑花. -醫方合編 고련수접매 즉개흑화. 멀구슬나무에 매실나무를 접붙이면 검은 꽃이 핀다! 조선 말에 쓰인 것으로 추측되고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은 ≪의방합편≫에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고련수, 즉 멀구슬나무에 매실나무를 접붙이면 그 접목에서 검은 매화가 핀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멀구슬나무는 제주도, 남부 해안 지방에 자생한다. 그곳에 살고 집에 멀구슬나무가 있으면 시험해보고 싶다. 검은 매화라...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나무 2020.01.27

소태나무는 쓴테나무

학명 : Picrasma quassioides (D.Don) Benn. 분류 : 소태나뭇과 소태나무속 형태 : 낙엽 활엽 작은큰키나무 암수 : 암수딴그루 개화 : 5월 중순 결실 : 8월 하순~9월 중순 소태를 씹은 것처럼 입이 쓰다, 소태를 씹은 듯 얼굴을 찡그리다, 소태 먹은 얼굴이다…. 이런 표현을 문학 작품에서 가끔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소태가 바로 소태나무다. 소태나무는 키가 10여 미터까지 자라는 낙엽 활엽 작은큰키나무로, 콰신(quassin)이라는 성분을 지녀 온 나무에서 쓴맛이 난다. 잎을 하나 따 입에 넣고 씹어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쓴맛이 한꺼번에 묵직하게 몰려오는데, 그 쓴맛은 침을 뱉어 가시려 해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얼마나 쓰기에 쓴맛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옛날에는 손가..

자연/나무 2020.01.24

소태나무 암꽃과 수꽃, 소태나무 유래

기재(杞梓), 그 훌륭한 인재 자사(子思)가 위(衛)나라에 있을 때 구변(苟變)을 위나라 왕에게 추천하며 말했다. “그 재주는 500대의 병거(兵車)를 거느릴 만하니, 임금께서 전쟁을 맞아 이 사람을 얻어 따르게 하면 천하무적일 것입니다.” 위나라 임금이 말했다. “나는 그 재주가 거느릴 만하다는 것을 알지만, 구변은 일찍이 관리가 되어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거두면서 남의 달걀 두 개를 먹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이오.” 자사가 말했다 “무릇 성인(聖人)이 사람에게 벼슬을 내리는 것은 뛰어난 장인이 나무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그 장점을 취하고 그 단점을 버리니, 아름드리 소태나무[杞, 기]와 가래나무[梓, 재]가 몇 자 썩었다고 훌륭한 장인이 버리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그 꺼려지는 점은 대수롭지 않..

자연/나무 2020.01.21

백당나무

학명 : Viburnum opulus var. calvescens (Rehder) H. Hara 분류 : 연복초과 산분꽃나무속 형태 : 낙엽 활엽 떨기나무 암수 : 암수한그루 개화 : 5월 중순 결실 : 9~10월 꽃은 식물이 종을 유지해나가기 위한 화려한 의식이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를 복제하려는 욕망을 지녔다. 35~40억 년 전 지구에 나타나 진화를 거듭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몸속에 종족 보존을 꾀하는 유전자를 가져 그럴 것이다. 식물은 늘 외부 환경에 대응해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생명을 잇고 퍼뜨렸다. 계절의 변화는 나무를 특히 긴장하게 했다. 물질대사를 거의 멈추어야 하는 겨울은 죽음이나 마찬가지였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한대 지방에서 나무가 해마다 꽃을 피우는 것은 겨울이라는 ..

자연/나무 2020.01.20

세로티나벚나무

학명: Prunus serotina Ehrh. 분류: 장미과 벚나무속 형태: 낙엽 활엽 큰키나무 암수: 암수한그루, 암수한꽃 개화: 5월 중순 결실: 8~9월 세로티나벚나무는 미국 동부와 멕시코가 고향인 낙엽 활엽 큰키나무다. 다 자라면 높이가 15~25미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는 1960년경에 산림과학원에서 씨앗을 도입해 육묘를 거쳐 보급되었다. 애초 이 나무는 고급 목재를 얻을 목적으로 미국에서 들여왔다.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목재 가운데 미국 흑호두나무 다음으로 비싸다.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 애시(ash), 즉 미국물푸레나무로 만든 가구가 제법 인기 있지만,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세로티나벚나무에 훨씬 못 미친다. 세로티나벚나무 목재가 비싼 것은 색이 고급스럽기 때문이다. 변재와 심재가 뚜렷이 ..

자연/나무 2020.01.18

아몬드나무

#아몬드나무 #편도나무 옛날 포르투갈이 무어인의 지배를 받을 때 알가르브(Al Garb, Algarve) 왕국의 왕자 이븐 알문킴(Ibn-Almuncim)과 북유럽 왕국의 공주 길다(Gilda)가 결혼했다. 길다는 처음에 포르투갈 남쪽 따스한 해안 지방이 마음에 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겨울에 하얀 눈이 내리는 고향이 그리웠다. 그리움은 곧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뒤늦게 이를 알아챈 왕자는 궁궐 주변에 수만 그루의 아몬드나무를 심었다. 봄이 되자 아몬드나무는 일제히 꽃을 피웠다. 그 광경은 마치 눈앞에 설원이 펼쳐진 것 같았다. 길다는 이 아몬드나무꽃을 보고 마음의 병을 고쳤다. 봄이 되면 눈처럼 피는 아몬드나무꽃을 위안으로 삼으며 왕자와 행복하게 살았다. 포르투갈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다. 아몬드나무는 편..

자연/나무 2019.10.24

윤노리나무 열매

단풍이 산에서 내려온다. 비탈마다 붉은 파르티잔. 햇빛은 금빛 행진곡으로 해방구를 뜨겁게 달구고, 새들은 편대를 지어 푸른 하늘을 날았다. 남으로 남으로 진격해 살아 돌아오지 못할 내 사랑아. 여기 이 열매를 받아라. 내 모든 마음을 가져가라. *** 술은 마음이 아슬한 곡예를 펼치게 한다. 누워 있다가 술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선다. 이미 늦은 시간이다. 아파트 단지 내 다른 동 앞으로 간다. 거기 윤노리나무가 있다. 그동안 열매가 폭삭 익었다. 쪼글쪼글해지고 말았다. 아차, 사진만 찍고 가면 안 되지. 열매를 따서 맛을 본다. 달짝지근하다. 배처럼 돌세포(석세포)가 발달했다. 모래 알갱이 같은 것이 씹힌다.

자연/나무 2019.10.20

황벽나무 목재

알아보니 일본에서는 황벽나무를 조림하고, 조림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그러니 나무를 베어 황벽 껍질을 수확하고 목재를 이용하지. 일본은 1989년에 황벽 껍질을 525톤 소비했다. 그중 수입 426톤, 자국 내 생산 99톤. 황벽나무 변재는 엷은 회갈색으로 목부에서 얼마 되지 않는다. 심재는 녹색을 띤 황갈색이다. 환공재(점점이 동그란 물관 구멍이 있는 목재)이기 때문에 나이테가 뚜렷하고, 나뭇결(나무 무늬)은 대체로 기다랗다. 목질은 활엽수 가운데 약간 가볍고 무른 편이다. 그리 단단하지 않지만 밤나무 다음으로 습기에 강하다. (이 모든 내용은 일본 자료를 해석한 것임. 오동나무가 습기에 더 강할 텐데...) 절삭 등 가공은 쉽지만 표면이 거칠다. 가구재, 건축내장재, 용기재(容器材)로 쓰인다. 습기에 ..

자연/나무 2019.10.18

나무껍질 채취

굴참나무와 피나무는 부름켜(형성층)가 다치지 않게 껍질을 잘 벗기면 몇 년 뒤에 새로 자라난 껍질이 목질부를 감싼다. 황벽나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 땅에 황벽나무가 귀한 것은 마구 껍질을 벗겨 먹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황벽나무를 보는 족족 껍질을 벗겨 그 속껍질로 환약을 만든다고 한다. 집에 상비약으로 두고 온 식구가 속이 안 좋거나 배가 아플 때 먹는단다. 이제 그런 짓은 그만하면 좋겠다. 나무를 소개하면서 죄책감이 든다. 어설픈 지식으로 나무껍질의 약성이나 쓰임새를 사람들에게 전하면 결국 그 나무가 죽임을 당하지 않을까. 나는 나무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옆에서 거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보를 빼먹을 수 없지 않나.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약초꾼이라면 이미 그쯤의 지식은..

자연/나무 2019.10.16